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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강력한 신차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2세대 팰리세이드가 연초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 15일 공식 출시돼 고객 인도에 들어갔다. 지난달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해 첫날에만 3만3000대 넘는 주문이 몰려 흥행을 예고한 상황. 조만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은 다소 부진이 예상되지만 팰리세이드가 포함된 대형 SUV 시장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여전히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
현대차가 제시한 신형 팰리세이드 올해 연간 판매목표는 5만8000대. 지난 2018년 12월 선보인 1세대 팰리세이드 출시 첫해(2019년) 판매량이 5만2000여대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목표를 높게 잡았다. 위축된 시장 상황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신형 팰리세이드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최대 변수는 노조 파업 등 생산 관련 이슈다. 이를 의식했는지 현대차는 이번 신형 팰리세이드 론칭 행사에 노조를 초청했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신차 출시를 자축했다. 신차 행사에 현대차 노사 대표가 공동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새 파워트레인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 텅 빈 엔진룸의 의미 ‘6기통’
신형 팰리세이드는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이번 신형은 웅장하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새롭게 추가된 9인승(3+3+3) 시트 구성, 새롭게 개발한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 신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특히 2.5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엔진은 어떤 측면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산물로도 볼 수 있다. 아직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전기차 캐즘의 선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3~4년 전만해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환을 선포하면서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이러한 흐름을 보였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모델용 파워트레인으로 1.6리터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만 남겨 놨다. 이후 전기차 캐즘이 불어 닥치면서 전기차 수요가 꺾였고 사람들은 충전 불편이 없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반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싸지만 우수한 연비와 충전 스트레스 없는 상품성이 소비자 취향에 적중한 셈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당시 운용 중인 유일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인 1.6리터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강했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준중형과 중형급을 넘어 준대형과 대형 모델에도 탑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덩치가 큰 기아 카니발에도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달린다. 실제로 1~2명이 탄 카니발 하이브리드은 힘이 부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다. 고속주행을 선호하는데 가족단위로 3~4명이 타고 각종 짐을 싣는다면 답답할 수도 있겠다.이러한 한계 등으로 인해 조금 더 고배기량 가솔린 터보 엔진을 베이스로 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에도 부합하는 방향성이다. 향후 카니발 1.6 하이브리드를 2.5 하이브리드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제네시스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도입될 전망인데 이에 대한 엔진 라인업 보강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는 2.5에 이어 6기통 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개발 중이다. 현 상황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에 가장 먼저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북미에 수출되는 신형 팰리세이드에도 3.5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다는 계획이 있다.
사실 신형 팰리세이드에 얹히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도 덩치에 비해서는 좀 작은 편이다. 실제로 신형 팰리세이드 보닛후드를 열어보면 엔진룸에 빈공간이 많다. 전기차처럼 프렁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텅텅 비어있다. 더 큰 엔진 장착까지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엔진을 최대한 아래에 장착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주행안정성을 염두에 둔 구조로 주행성능이 기대된다.신형 팰리세이드 파워트레인은 2.5 가솔린 터보와 2.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등 2종을 운영한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싼타페에 탑재된 2.5 가솔린 터보 엔진과 동일한 성능이다.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9.7km로 싼타페보다 낮다. 2.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합산 최고출력 334마력의 동력성능을 갖출 전망이다. 아직 정부 인증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1회 주유로 1000km 넘는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전용 주행기술로는 구동모터 토크를 제어해 가·감속이나 과속방지턱 통과 등의 상황에서 들림현상(피치)을 억제하는 E-라이드, 곡선 주행 시 구동모터가 가·감속을 제어해 무게중심을 바꾸면서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높여주는 E-핸들링, 긴급 조타 시 구동모터를 통해 전륜과 후륜 하중을 제어하고 회피성능을 극대화하는 E-EHA, 선회 시 편제동 및 구동모터 토크 보상을 통해 조향성능을 향상시키는 e-DTVC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됐다.하이브리드 모델 전용 편의기능으로는 1.65kWh 용량 300볼트(V)급 고전압리튬배터리 활용해 전기차 아이오닉처럼 차 내외부에서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V2L 기능과 스테이모드가 있다. 전기차에서 누릴 수 있었던 EV 특화 기능 일부를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새 하이브리드부터 9인승까지… “피아 구분 없는 엄청난 식성”
이전에 없던 9인승 사양도 이번 신형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식성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적군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쉐보레 트레버스 등 동급 수입 대형 SUV를 말하고 아군은 기아 카니발을 지칭한다. 수입 동급 경쟁모델의 경우 국산차 강점을 살려 풍부한 편의사양과 가격 등 표면적인 이점만으로도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만큼 사실 물량 측면에서도 비교대상은 아닌 셈이다.팰리세이드 9인승 모델 관전 포인트는 오히려 그룹사 가족인 기아 카니발을 겨냥할 수 있다는데 있다.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아빠차’인 패밀리카 영역에서 기아 카니발의 상품성을 능가하는 모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차를 선택한 아빠들은 일종의 만능 패밀리카 카니발의 상품성을 일부 포기하고 취향에 맞춰 타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밀리카로 카니발 대신 수입 RV를 선택하면 가격이 비싸고 가격에 맞춰 덩치가 작은 차급을 고르면 공간과 편의기능 등이 아쉽기 때문이다. SUV로 눈을 돌리면 그 역시 공간이나 가격 등이 카니발에는 못 미친다. 그렇다고 카니발이 고급스럽지 않다거나 대충 만든 차도 아니다. 신차효과 없이도 꾸준히 이어지는 높은 판매량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신형 팰리세이드 9인승은 그동안 카니발이 군림해온 만능 패밀리카 시장에 직접 도전장을 낸 모델로 볼 수 있다. 크기와 공간부터 가격과 편의사양까지 카니발이 가진 상품성 대부분을 포함하고 심지어 주행성능과 최신 기능 등 일부는 카니발을 압도한다. 과거 현대차 트라제XG 이후 아픈 손가락이었던 미니밴 기반 패밀리카 시장까지 넘보는 대형 SUV가 등장한 셈이다. 9인승 대형 SUV와 9인승 밴이 국내 만능 패밀리카 시장 왕좌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대결구도가 완성된 것. 9인승 모델은 6명 이상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7인승 모델과 차별화된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사전계약에서는 7인승이 60%, 9인승은 40%가량 비중을 보였다고 한다.신형 팰리세이드 9인승 모델 탑승구조는 카니발과 다르다. 전체 3열에 앞좌석에 3명이 타고 2열과 3열에 3명씩 탈 수 있는 ‘3+3+3’ 구조다. 2열 좌석이 독립적인 캡틴시트 2개로 이뤄진 7인승과 달리 일반적인 5인승 승용차처럼 벤치형시트로 구성됐다. 일반적인 3~5인 가족이라면 평상시 3열 좌석을 접어 트렁크를 넓게 사용하고 5인승 승용차처럼 활용하기 적합하다. 최신 대형 SUV 모델답게 시트 조작을 위한 다양한 편의사양도 갖춰졌다. 3인 탑승이 가능한 앞좌석은 아이디어가 참신하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아 보인다. 성인 남성 3명이 탄 모습이 꽤 불편해 보였다. 가운데 좌석에는 별도로 3점식 안전벨트가 있고 3인 탑승을 고려해 조수석쪽 신규 에어백까지 추가했다. 운전석에서 고리를 잡아당겨 센터콘솔을 접거나 세우는 방식으로 가운데 공간을 좌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많은데 강아지나 고양이를 태울 수 있는 전용 쿠션이 있으면 이 공간을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트는 전동식으로 접거나 펼 수 있다. 트렁크에는 2열과 3열의 모든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배치됐다. 특히 버튼을 한 번만 눌러 2열과 3열 좌석을 접거나 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3열 좌석 착좌감은 카니발(4열)이나 EV9보다 쾌적하다. 심지어 3열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금 눕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있다. 카니발 9인승의 경우 앞좌석에 2명, 2열과 3열에 각각 2명, 4열 3명 등 ‘2+2+2+3’ 구조로 이뤄졌다. 4열은 거의 형식적인 좌석으로 보면 되기 때문에 6~7인 탑승이 가장 적합하다. 카니발 7인승 3열과 9인승 4열(맨 끝 좌석) 시트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다.이와 함께 신형 팰리세이드의 웅장한 디자인은 마찬가지로 그룹사 가족 브랜드인 제네시스까지 넘본다. 남성적인 주요 디자인 요소들이 큰 덩치와 잘 어울린다. 면발광 방식 램프 디자인과 구성도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전반적으로 제네시스 대형 SUV 모델인 GV80에 버금갈 정도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픽셀과 직선 디자인을 강조하다가 못생긴 디자인이 된 현대차 싼타페를 닮을까봐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싼타페의 경우 네모반듯한 직선 위주 실루엣을 강조하지만 자세히 보면 후면이 둥그스름하고 상단부가 좁아지면서 사각형도, 원형도 아닌 사다리꼴의 괴상한 라인을 보여준다. 흡사 네모로 가다가 이도저도 아닌 라인이 돼 버린 느낌이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직선 디자인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곡선이 가해져 덩치에 걸맞게 안정적인 비율을 구현했다. 제네시스 GV80과 비견될 정도로 외관 디자인이 고급스럽지만 여전히 GV80 가격이 비슷한 사양을 기준으로 1000만 원가량 높게 책정됐기 때문에 두 차종간 판매 간섭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40대 중반 이상인 사람들은 여전히 GV80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차체 크기는 신형 팰리세이드의 경우 길이와 너비가 각각 5060mm, 1980mm, 높이는 1805mm다. 휠베이스는 2970mm다. 싼타페(4830x1900x1780, 휠베이스 2815mm)보다 월등히 큰 덩치를 자랑한다. 기아 카니발(5155x1995x1775, 3090mm)보다는 조금 작고 제네시스 GV80(4930x1975x1715, 2955mm)보다는 크다.
신형 팰리세이드 주요 사양으로는 현대차 SUV 최초로 프리뷰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고 1·2열 차음도어글라스,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 실내지문인증, 보스프리미엄사운드(14개 스피커), 인카페이먼트, 현대 디지털키2, 현대 AI 어시스턴트 등이 있다. 첨단 주행보조시스템은 전방충돌방지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NSCC),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후측방충돌경고, 후측방충돌방지보조(BCA), 안전하차보조(SEA),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RCCA),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PCA-R), 측방주차거리경고(PDW-S), 어드밴스드후석승객알림(AROA), 스티어링휠 그립감지(HoD), 운전자상태모니터링(ICC) 등 최신 기술을 집약했다.여기에 신형 팰리세이드 출고 후에도 원하는 디지털 기능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블루링크스토어’가 다음 달 오픈 예정이다. 해당 스토어에서는 다이내믹 웰컴 및 에스코트 라이팅 패턴 4종과 클러스터 및 인포테인먼트 디자인 ‘디스플레이 테마’, 음악 및 비디오 스트리밍, 넷플릭스와 각종 OTT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프리미엄’ 등을 먼저 판매하고 향후 선택 가능한 디지털 사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판매가격은 2.5 터보 가솔린 모델이 트림별로 9인승 ▲익스클루시브 4383만 원 ▲프레스티지 4936만 원 ▲캘리그래피 5586만 원이다. 7인승은 ▲익스클루시브 4447만 원 ▲프레스티지 5022만 원 ▲캘리그래피 5706만 원이다.2.5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9인승 ▲익스클루시브 4982만 원 ▲프레스티지 5536만 원 ▲캘리그래피 6186만 원이고 7인승은 ▲익스클루시브 5068만 원[6] ▲프레스티지 5642만 원 ▲캘리그래피 6326만 원부터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환경 친화적 자동차 세제혜택 적용 전 판매가격)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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