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싼 ‘당근 앱’ 아파트 매매 급증… 법적 분쟁엔 취약

3 hours ago 2

부동산중개업자 수수료의 3분의 1 정도로 저렴… 허위 매물 유의해야

당근 앱에서 거래되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직거래 매물 목록. [당근 앱 캡처]

당근 앱에서 거래되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직거래 매물 목록. [당근 앱 캡처]
“요즘은 집주인도 발품 팔아야 해요.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기만 하면 다 팔리는 시대는 갔다니까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아파트를 매도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지난해 9월 당근 앱으로 광주 아파트를 매도한 30대 직장인 A 씨는 이사 4개월 전부터 부동산중개업소 4곳에 매물을 내놨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고민하던 A 씨는 가족 권유로 당근 앱에 매물을 올렸다. 전용면적, 방과 욕실 수, 방향 같은 기본 정보부터 관리비, 집 연식 등 부가 정보까지 포함해 매물 정보 약 10개를 첨부했다. 집 사진도 방마다 정성껏 찍어 올렸다.

매물을 올리고 한 달 만에 A 씨는 매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매입자를 구할 경우 들어갈 복비와 계약서 작성 비용도 3분의 1로 줄였다. A 씨는 “추후 매입할 집도 가능하면 당근 직거래를 이용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개보수 절감, 생생한 후기 파악이 장점

고금리와 집값 상승으로 주택 거래 비용이 커지면서 부동산 직거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1월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2592건 가운데 직거래는 314건(12%)이었다(그래프 참조). 전월(5.9%)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당근 앱에서 부동산 직거래가 크게 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에 따르면 2022년 7094건이던 당근 앱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건수(거래 완료 기준)는 지난해 1~7월 3만4482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연말까지 집계를 마치면 5만 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직거래의 주요 장점은 중개보수 절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택 거래에서 최대 중개수수료율은 아파트 매매 가격에 따라 다르다. △9억~12억 원 0.5% △12억~15억 원 0.6% △15억 원 이상 0.7% 이내다. 최대 요율 이내에서 중개인과 거래자가 협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5억 원 아파트를 사려면 중개보수로 최대 1050만 원을 내야 한다. 따라서 수수료 부담만 덜어내도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매매 시 직거래를 택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부동산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졌다. 이사를 준비하는 20대 직장인 B 씨도 “직거래를 하면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앱에서 바로 알려준다”며 “처음엔 부동산 직거래라고 해서 의심스러웠는데, 실제 세입자들이 올린 집 후기가 많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숨겨진 권리 파악은 어려워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부동산 직거래는 사기 등 피해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중개한 매물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로 일정액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직거래는 이러한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부동산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매매계약에선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거래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송을 하는 경우에도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 직거래 관련 형사사건은 2023년 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8월엔 8건으로 늘었다. 피해액도 총 15억7675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가짜로 매매 관련 게시 글을 올리는 ‘허위 매물’ 사기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당근 앱에 올라온 전체 부동산 매물 5만 건 중 23%만 ‘집주인 인증’이 돼 있었다. 당근 관계자는 “피해를 막고자 부동산 판매 게시 글 작성자와 등기부상 소유자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집주인 인증 기능’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플랫폼에 실명인증을 통한 거래자 본인 확인 절차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직거래 시 주의사항을 담은 별도의 가이드라인도 작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직거래 시 권리관계 확인이 어렵거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직거래는 선순위 임차권이나 임대·매도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등 숨겨진 권리 문제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매도인의 이중매매 또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동산 계약은 전 재산이 오가는 거래인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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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3호에 실렸습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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