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철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9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 그랜드볼룸. 철강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300여 명은 누구 하나 웃지 못하고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만 지었다. 1973년 6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온 첫 쇳물을 기념하는 ‘잔칫날’이지만, 미국 관세 부과와 중국산 제품 공습 등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서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1조3000억원 이상 외화를 벌어들인 박상훈 동국씨엠 대표 등이 정부 포상 및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지만, CEO들의 얘기와 전망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급기야 “한국 철강업계는 오늘의 생존과 앞으로의 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발언도 나왔다. 한국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장 회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시대에 통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철강재 공급 물량은 세계적으로 넘쳐난다”고 했다.
“현재 일부 제품을 빼놓고는 미국 수출이 완전히 막혔다”(이상은 세아창원특수강 사장)거나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2023년보다 반토막이 났다”(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등의 현실을 담은 발언도 이어졌다.
철강업계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KG스틸을 계열사로 둔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톱다운’ 방식의 업무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 회담이 이뤄지는 자리에서 화끈한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치훈 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정부라는 슬로건에 맞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재 미국과 관세 관련 기술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철강 관세 50% 부과 조치에도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관련해서는 “품질검사증명서(MTC)를 활용해 수입 물량을 모니터링하고 우회 덤핑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김진원/하지은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