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이드피스 래퍼로 유명한 윌아이엠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에서 인공지능(AI) 강의를 맡으며 교육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연예인 출신 투자자가 AI 제품 개발을 넘어 인재 양성으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업계 유명인사 된 래퍼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랙아이드피스의 래퍼 윌아이엠, 본명 윌리엄 애덤스는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에이전틱 셀프’라는 16주 강의를 시작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과업을 수행하는 디지털 비서인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수백 차례 공연하고 수백만 장의 음반을 판매한 그에게도 강단은 낯선 무대였다. 애덤스는 연습 수업을 앞두고 불안감에 화장실로 들어가 40분 동안 마음을 가다듬었다. 2003년 발표한 블랙아이드피스의 노래 ‘웨어 이즈 더 러브’에서 수업의 구조를 떠올렸다. 문제를 제기하고, 여러 접근법을 논의한 뒤, 성찰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애덤스의 강의는 단순한 유명인 특강에 그치지 않는다. WSJ은 많은 연예인이 기술 분야에 일회성 투자나 앱 출시로 참여하는 것과 달리, 애덤스는 수십 년 동안 기술 분야에 깊이 관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와 드림포스 같은 기술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픈AI와 테슬라 초기 투자자였고, 다보스와 바티칸에서 AI의 영향을 두고 토론했다. 과거 인텔의 창의혁신 담당 이사로도 일했다. 최근에는 자선 경매에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을 하루 동안 따라다니는 기회를 얻었고, 황의 조직 운영 방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는 애덤스를 "예언자적 성향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베니오프는 그가 기술 업계의 많은 사람보다 미래를 더 분명하게 보고, 문화와 기술을 영리하게 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니오프는 하와이 자택에 애덤스를 초대한 적도 있다.
"AI 도구가 문화계로 쏟아내린다"
51세인 애덤스는 스스로 기술 거물로 성장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에서 AI가 탑재된 3륜 전기차 ‘트리니티’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이동형 사무실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그는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LED 조명, 자석식 이어버드 거치 기능을 갖춘 첨단 마스크도 선보였다. 현재는 유명 음악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빈과 비밀 프로젝트도 개발하고 있다.
애덤스는 자신에 대해 "노래든 콘셉트든 제품 비전이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4월 초 수업에선 애덤스는 자신이 거리에서 랩을 하는 뮤직비디오를 보여준 뒤, 이를 구글의 동영상 생성 도구 ‘비오 3’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약 80명의 학생에게 “이런 도구들이 문화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절반은 로스앤젤레스(LA) 강의 현장에서, 나머지 절반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들었다.
수강생인 39세 직장인 데이브 카발리어는 "올바른 아이디어만 있다면 만들 수 있는 것에 경계가 없다는 생각을 일찍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수업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뿐 아니라 직장인도 참여했다. 초청 연사로는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과 엔비디아, 오픈AI 등 AI 기업 임원들이 나섰다.
2006년 전기차 다큐 보고 테슬라에 투자
애덤스가 기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2001년이었다. 항공교통 관제 알고리즘을 설계한 컴퓨터 과학자가 그를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으로 초대한 일이 출발점이었다. 그는 2006년께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를 본 뒤 첫 주요 기술 투자를 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블랙아이드피스 멤버들에게 기업 계약의 일환으로 허머 차량을 제공했는데, 애덤스는 이를 팔아 8만달러로 테슬라 주식을 샀다.
비슷한 시기 그는 훗날 애플이 30억달러에 인수한 비츠일렉트로닉스에도 투자했다. 그는 비츠 창업 전 아이오빈에게 왜 다른 사람의 제품만 홍보하느냐며 직접 만들자는 취지로 말한 일도 설명했다.
애덤스의 LA 캠퍼스는 약 7만7000제곱피트 규모다. 이곳에는 녹음 스튜디오, 영상 제작실, 그래픽 디자인 공간, 사진 스튜디오와 그가 직접 디자인한 일부 제품을 포함한 선글라스 진열 공간이 있다. 강의를 위한 전용 강의실은 두 달 만에 지어졌다.
그의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은 오래됐다.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 행사장에서 CNN의 ‘홀로그램’ 형태로 출연한 바 있다. 애덤스는 앞으로 AI가 훨씬 더 개인화될 것이며, 사람들이 현재 기술 기업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통제력'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덤스는 학생들에게 AI 개인화를 돛단배의 키에 비유하며 "스스로 운명을 통제하라"고 강조했다. 또 "변화의 물결이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넣게 둘 수도 있고, 돛의 방향을 바꿔 그 바람이 사람을 앞으로 밀어주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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