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전세계 160곳 북투어… 그 뒤엔 ‘북 프로모터’ 아내

5 hours ago 2

김호연 작가 아내 김미쇼 대표
3년 경험 담아 ‘…북투어’ 펴내
가수 매니저 경력 살려 전국 투어… ‘올해의 책’ 38개 지역서 선정돼
“K문학 알리려면 오지랖 넓어야”… 해외 편집자에 먼저 연락해 홍보

각종 북 토크, 인터뷰, 해외 도서전 일정을 24시간 함께하는 부부의 ‘케미’는 어떨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의 매니저이자 부인인 김미쇼 대표는 “둘 다 사과가 빠르고 소고기 한 끼에 털어버리는 편”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각종 북 토크, 인터뷰, 해외 도서전 일정을 24시간 함께하는 부부의 ‘케미’는 어떨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의 매니저이자 부인인 김미쇼 대표는 “둘 다 사과가 빠르고 소고기 한 끼에 털어버리는 편”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22년 10월 KTX 진부역 앞에 선 부부. 이들의 행선지는 강원 정선군 나전중학교. 역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더 들어가야 하는 학교다.

남편은 소설 ‘불편한 편의점1·2’와 ‘나의 돈키호테’를 도합 180만 부 베스트셀러로 올린 김호연 작가(51). 20년 가까이 무명이던 그는 2021년 ‘불편한 편의점’ 출간 이후 곳곳에서 강연 초청, 북토크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 무명 시절 설움을 알기에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건 마다하지 않고 갔다. 이날도 전교생 31명을 위한 북토크에 나선 길이었다.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학생 31명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김 작가를 환영했다. 그 뒤편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숨어 눈물지은 사람이 있었다. 부인 김미쇼 워터폴스토리 대표(45)다.

긴 무명 끝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편과 그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산골벽지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이탈리아 토리노 등 해외 곳곳에서 160회 넘는 북토크를 연 아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나무옆의자)가 출간됐다. 김 대표를 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밴드 ‘자우림’의 매니저 출신이다. 20년간 가요계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워터폴스토리를 세우고 김 작가의 대외 업무를 전담해 왔다. 일부 대형 작가가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한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내이자 매니지먼트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김 작가의 매니저를 자처하게 된 건 예상치 못한 대형 베스트셀러 탄생 이후였다. 김 대표는 당시의 정신없던 시간을 떠올리며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기 두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원고 청탁과 작가와의 만남 요청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졌다. 가수들의 ‘매니저’ 같은 역할이 필요했다. 그는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겠지 싶어 출판사 대표님, 음반사 지인들을 통해 알아봤는데 없다고 했다. 결국에는 내가 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책에는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후 부부가 함께한 여정이 잘 기록돼 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며 ‘북 프로모터’라는 직함을 따로 만들었다. 가요계에서 갈고닦은 프로모션 경험을 발휘해 요청이 오는 강연뿐만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제안한 북토크로 책과 작가 홍보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일주일간 전주-영광-무안-목포를 도는 전라도 투어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부터 춘천-속초-정선을 잇는 강원도 대장정에 나섰다. 전국 각지를 도는 풀뿌리 북투어는 큰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불편한 편의점’이 전국 38개 지역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처음엔 부인이 매니저로 따라다니는 게 “유별나 보여 싫다”고 했던 김 작가도 어느새 “도저히 혼자선 안 되겠다. 같이 다니자”고 나섰다.

김호연 작가가 대만의 한 서점에서 독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미쇼 대표 제공

김호연 작가가 대만의 한 서점에서 독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미쇼 대표 제공
해외 북토크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대만 출판사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먼저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작가는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김 대표는 강행했다. 그는 “책이건 음반이건 발표 시기에 맞춰 프로모션이 일어나려면 어느 한쪽은 오지랖을 부려야 한다”고 했다.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 도서전’에서 열린 북 토크에 참여한 김 작가. 김미쇼 대표 제공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 도서전’에서 열린 북 토크에 참여한 김 작가. 김미쇼 대표 제공
2∼3주에 한 번은 주요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열람하면서 해외 어느 지역에서 북토크 수요가 있는지도 살펴봤다. 인디 뮤지션의 해외 진출을 위해 늘 했던 일이기도 하다. K문학의 해외 진출이 화두가 된 시점에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우리를 소개해 주기만 기다리기보단 먼저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편의점’은 현재까지 28개국에 수출돼 21개국에서 출간됐다.

“한국에 이런 붐이 있고 이런 작가가 있다는 걸 작가 쪽에서 먼저 적극 알릴 필요도 있어요. 그래야 늘 소개되는 사람들, 맨날 소개되는 콘텐츠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가요계에 있으면서도 많이 느꼈었거든요. 새로운 걸 자꾸 소개해 주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김 대표가 이번에 책을 낸 것은 ‘북 프로모터’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어서다.

“분명히 언젠가는 이걸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좋아하면 왜 아니겠어요? 아직 그럴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뿐이죠. K문학이 이제 일종의 ‘현상’이 됐잖아요.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문학과 작가를 세상에 알릴 수 있기를 바라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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