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 아내 김미쇼 대표
3년 경험 담아 ‘…북투어’ 펴내
가수 매니저 경력 살려 전국 투어… ‘올해의 책’ 38개 지역서 선정돼
“K문학 알리려면 오지랖 넓어야”… 해외 편집자에 먼저 연락해 홍보
남편은 소설 ‘불편한 편의점1·2’와 ‘나의 돈키호테’를 도합 180만 부 베스트셀러로 올린 김호연 작가(51). 20년 가까이 무명이던 그는 2021년 ‘불편한 편의점’ 출간 이후 곳곳에서 강연 초청, 북토크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 무명 시절 설움을 알기에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건 마다하지 않고 갔다. 이날도 전교생 31명을 위한 북토크에 나선 길이었다.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학생 31명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김 작가를 환영했다. 그 뒤편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숨어 눈물지은 사람이 있었다. 부인 김미쇼 워터폴스토리 대표(45)다.
긴 무명 끝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편과 그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산골벽지부터 폴란드 바르샤바, 이탈리아 토리노 등 해외 곳곳에서 160회 넘는 북토크를 연 아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나무옆의자)가 출간됐다. 김 대표를 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밴드 ‘자우림’의 매니저 출신이다. 20년간 가요계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워터폴스토리를 세우고 김 작가의 대외 업무를 전담해 왔다. 일부 대형 작가가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한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내이자 매니지먼트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김 대표가 김 작가의 매니저를 자처하게 된 건 예상치 못한 대형 베스트셀러 탄생 이후였다. 김 대표는 당시의 정신없던 시간을 떠올리며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기 두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원고 청탁과 작가와의 만남 요청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졌다. 가수들의 ‘매니저’ 같은 역할이 필요했다. 그는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겠지 싶어 출판사 대표님, 음반사 지인들을 통해 알아봤는데 없다고 했다. 결국에는 내가 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책에는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후 부부가 함께한 여정이 잘 기록돼 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며 ‘북 프로모터’라는 직함을 따로 만들었다. 가요계에서 갈고닦은 프로모션 경험을 발휘해 요청이 오는 강연뿐만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제안한 북토크로 책과 작가 홍보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일주일간 전주-영광-무안-목포를 도는 전라도 투어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부터 춘천-속초-정선을 잇는 강원도 대장정에 나섰다. 전국 각지를 도는 풀뿌리 북투어는 큰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불편한 편의점’이 전국 38개 지역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처음엔 부인이 매니저로 따라다니는 게 “유별나 보여 싫다”고 했던 김 작가도 어느새 “도저히 혼자선 안 되겠다. 같이 다니자”고 나섰다.
“한국에 이런 붐이 있고 이런 작가가 있다는 걸 작가 쪽에서 먼저 적극 알릴 필요도 있어요. 그래야 늘 소개되는 사람들, 맨날 소개되는 콘텐츠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가요계에 있으면서도 많이 느꼈었거든요. 새로운 걸 자꾸 소개해 주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김 대표가 이번에 책을 낸 것은 ‘북 프로모터’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어서다.
“분명히 언젠가는 이걸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좋아하면 왜 아니겠어요? 아직 그럴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뿐이죠. K문학이 이제 일종의 ‘현상’이 됐잖아요.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문학과 작가를 세상에 알릴 수 있기를 바라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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