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 대신 예금”… 5대은행 예금잔액 보름새 16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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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잔액 965조2949억 원
1년 2개월만에 가장 많이 불어나
증시 예탁금은 20일새 30조 빠져
은행들 “고객 유치” 속속 금리 올려

이달 들어 5대 은행 예금 잔액이 보름 만에 16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불어났다. 증시가 연일 큰 폭으로 오르내리길 반복하자 불안한 주식 대신 안정적인 은행 예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15일 기준으로 965조2949억 원이었다. 지난달 말보다 15조8950억 원 늘었다. 보름간의 증가 폭이 지난해 5월(18조3953억 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반면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등을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예탁금은 20여 일 만에 약 30조 원이 빠져나가면서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7,000선이 무너지며 6,820으로 내려앉은 16일 투자자 예탁금은 108조819억 원이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었던 지난달 23일(136조8314억 원)에 비해 28조7495억 원가량 줄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 전반에 공포가 확산했던 올 4월 초(109조8332억 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도 있겠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은행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예금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만기가 1년인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연 2.9%에서 3.2%로 인상했다. 22일부터는 ‘신한S드림’ 등 거치식 예금 13종의 기본금리를 연 0.2∼0.4%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적립식 예금 17종의 기본 금리도 연 0.1∼0.3%포인트씩 올린다.

우리은행도 20일부터 ‘우리슈퍼정기예금’ 등 예·적금 상품 금리를 0.25∼0.30%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하나·NH농협은행 역시 금리 인상 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금리가 연 3.85%까지 상승한 외국계·지방은행에서도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3년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 금리가 연 4%대인 상품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에 앞서 금리를 올려 잡으면서 수성전에 돌입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최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씩 인상했다. 기본금리는 연 3.40∼3.71% 수준이 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 사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3.91%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일(연 3.61%)보다 약 0.3%포인트 올랐다. 최고 금리가 4%가 넘는 상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평균 금리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예금 만기는 짧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VIP PB부장은 “금리가 앞으로 더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만기가 1년이 넘는 상품보다는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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