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드론에 발 묶인 제주행 항공편…승객 태운 채 활주로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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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드론에 발 묶인 제주행 항공편…승객 태운 채 활주로 대기

입력 : 2026.05.20 18:22

드론 한 대에 멈춘 활주로
승객들 “기내 갇힌 기분”
김해공항 운항 통제…회항·지연 속출
공항 반경 9.3km는 비행금지구역

드론. [챗GPT]

드론. [챗GPT]

“이미 제주도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아직도 활주로 위에 앉아 있다는 게 정말 화가 났습니다.”

지난 19일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계류장. 오후 9시 15분 출발 예정이던 제주행 항공편 안에는 이미 모든 승객이 탑승을 마친 상태였다.

객실 승무원들의 안전 안내까지 끝나자 승객들은 곧 출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제주로 향하는 여행객들은 창밖 활주로 불빛을 바라봤고, 출장객들은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채 몸을 좌석 깊숙이 기대고 있었다. 아이를 안은 부모들은 담요를 정리했고, 일부 승객은 벌써 눈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정된 출발 시간이 지나도 항공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체 엔진 소리만 낮게 울릴 뿐, 활주로로 향해야 할 비행기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승객들은 처음엔 단순한 순번 지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10분, 2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객실 안 분위기는 점점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부산 지역에서 띄워진 드론으로 인해 이륙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관제기관 문의 결과 현재 이륙 가능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출발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순간 객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승객들은 처음엔 “곧 해결되겠지”라는 반응이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위기는 급격히 무거워졌다. 출발 예정 시각을 30분 넘긴 시점부터는 “도대체 언제 출발하느냐”, “이렇게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거냐”는 불만이 기내 곳곳에서 쏟아졌다.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일부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몸을 뒤척였다. 예정된 렌터카 예약 시간과 숙소 체크인 시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승객은 “승객들이 비행기에 갇혀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데, 드론 하나 때문에 항공편이 멈췄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했다”며 “대체 누가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했는지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내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약 1시간 가까이 지연이 이어지자 곳곳에서는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부모들은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 좁은 기내 안에서 피로감이 쌓이면서 승객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그때 다시 한번 기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짧은 방송이 끝나자 객실 안에서는 체념 섞인 한숨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일부 승객은 좌석 화면으로 시간을 확인했고, 누군가는 창밖 어두운 활주로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당초 제주 도착 예정 시각이던 밤 10시. 그제야 멈춰 있던 항공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제라도 간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해당 항공편은 결국 예정보다 1시간 넘게 늦은 밤 11시를 넘겨서야 제주 땅에 착륙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김해공항 인근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신고가 접수되면서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은 오후 9시 14분부터 약 45분간 항공기 이착륙을 통제했다.

이 여파로 항공기 1편이 회항하고 6편이 지연됐다. 일본 나고야발 대한항공 여객기는 김해공항 착륙을 포기하고 청주공항으로 우회한 뒤, 김해공항 야간운항 제한시간(커퓨타임)에 걸리면서 결국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승객 150여 명은 전세버스를 이용해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인근에서 불법 드론이 포착되면 관제당국은 즉시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거나 중단한다. 드론이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거나 조종석 전면 유리와 충돌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취미용 드론이라고 해도 위험성은 결코 작지 않다. 드론에는 금속 프레임과 배터리 등 단단한 부품이 포함돼 있어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심각한 기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항 주변은 항공 안전을 위해 엄격한 비행 제한 구역으로 관리된다. 김해공항 역시 국가보안 ‘가급’ 시설로 지정돼 있으며, 공항 반경 9.3km 이내에서는 허가 없이 드론을 띄울 수 없다.

국토교통부 승인 없이 드론을 비행시킬 경우 항공안전법에 따라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청으로부터 관제권 내 비행허가를 승인받지 않은 단 1기의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 지연 출발 등 많은 이용객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드론 사용이 필요한 분들은 국토교통부 ‘드론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통해 사전에 비행가능 구역을 꼭 확인하시고, 필요시 항공청으로부터 비행 승인 절차를 거친 후 안전하게 드론비행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공항은 민항기와 군용기가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공항으로, 일부 구역은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촬영이 제한된다. 특히 ‘김해공항 착륙포인트’로 알려진 일부 지점은 군사기지·군사시설 결계선으로부터 150m 이내 촬영 금지로 안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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