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세종문화회관을 떠돌며… 죽음의 콘서트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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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평소라면 굳게 닫혀 있을 월요일 극장 문이 조용히 열렸다. 하나둘 모여든 관객 120명은 마치 비밀의 방에 초대받은 듯, 오른편 광화문 광장에서 새어 나오는 LED 불빛을 맞으며 어둠 속에 숨죽여 앉았다. 지난 27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죽음과 소녀 콘서트'./사진=세종문화회관 이날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죽음과 소녀 콘서트'는 다음 달 14~1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서울시발레단의 '죽음과 소녀'를 미리 만나보는 하루짜리 특별 무대였다. 발레 공연은 없었지만, 발레의 주제곡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불 꺼진 공연장에서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했다.콘서트 1부는 죽음의 여정을 감각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로비에서 집결한 관객들은 네 개조로 30명씩 흩어져 대극장 계단, VIP룸 등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 곳곳을 누볐다. 이곳에서 만난 네 개 곡은 모두 죽음의 다양한 감정을 환기하는 5분 남짓의 짧은 곡으로, 2부 '죽음과 소녀'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전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냈다. 임도경 바이올리니스트가 27일 세종문화회관 VIP룸에서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중 3악장 '사라방드'를 연주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 연주자 네 명은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관객을 맞았다. 2층 VIP룸에서 연주된 곡은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중 3악장 '사라방드'. 붉은 커튼과 노란 조명이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와 아무런 희망을 품지 않은 바이올린의 비극적 선율이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며 긴 여운을 남겼다.이후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4층 계단으로 이동한 관객들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재해석한 에른스트의 '마왕'을 만났다. 마왕의 긴박한 멜로디가 고조되자 계단 아래서 죽음의 그림자가 바짝 쫓아올 것 같은 긴장감이 엄습하고, 연주자를 비추는 샹들리에는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듯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공간과 소품 하나하나가 죽음의 서사를 입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홍채원 첼리스트가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2악장'을 연주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어진 3층 계단 무대는 코앞에서 연주자가 내쉬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신이 내린 듯 현란한 기교가 돋보이는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2악장'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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