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행사(개발업체)가 건축물 분양 과정에서 경미한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시정명령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계약 해제를 인정한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결정이다. 분양 현장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도 해약 요건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혼선 해소에 나섰다.
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 계약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계약자들은 시행사가 분양 광고에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를 누락해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점을 들어 계약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축물분양법상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입주 지연 및 중대 하자 등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표시 누락은 유해업소 입점을 제한하는 제도와 관련된 사항으로, 입주민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계약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단은 앞서 나온 대법원 결정과 상반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동일한 성격의 계약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 위반의 경중을 따질 필요 없이 문언 그대로 계약자의 해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반의 중대성과 관계없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는 벌금형 선고를 약정 해제 사유로 인정해 온 기존 판례의 법리를 시정명령까지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조항의 문언보다 계약의 목적과 체계, 당사자 간 형평성을 우선 고려했다. 사소한 위반만으로도 기한 제한 없이 모든 계약자에게 계약 해제권을 인정하면 다른 해제 조항과의 균형이 무너지고, 기계적인 문언 해석이 시행사의 평등권과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엇갈린 법원 판단으로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시행사는 경미한 행정처분만으로도 대규모 계약 해제와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시정명령이 있더라도 해당 위반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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