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수천 톤을 방치한 사안이라도 행정청이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반복된 조치명령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달라졌다면 당사자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맹모 씨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맹 씨는 충남 서산시 해미면 자신의 토지에 약 5400톤에 달하는 가축분뇨 및 퇴비를 보관·야적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산시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해당 분뇨를 적법한 시설로 옮기라는 조치명령을 내렸지만, 맹 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맹 씨는 일부 분뇨를 인근 토지에 살포해 추가 환경오염을 유발한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조치명령은 반복적으로 내려졌다. 결국 서산시는 맹 씨를 가축분뇨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쟁점은 행정청이 조치명령을 내리면서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행정절차법은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해당 조치명령이 기존 명령의 반복에 해당한다고 보고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고 판단해 맹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치명령은 형식적으로는 반복된 명령처럼 보일 수 있으나, 피고인이 분뇨를 추가로 살포해 새로운 환경오염을 발생시킨 점 등으로 인해 조치 내용과 기간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새로운 사정이 반영된 처분이라면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행정청이 사전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행정청이 동일한 유형의 처분을 반복하더라도 내용에 변화가 있다면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환경·행정 분야에서 '반복 처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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