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사전 - 100] 책 문단과 문단 사이 화려한 장식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명사. 1. 딩커스(dinkus) 애스터리즘(asterism) 2. 장면 전환 기호【예문】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딩커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제임스 조이스가 아니다.
딩커스다. 장면 전환 기호라고도 한다. 단순히는 ∗ ∗ ∗ 나 • • • , ### 정도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을 사용하기도 한다. ⁂를 쓰는 경우에는 애스터리즘¹이라고 부른다. 별무리(성군星群)를 뜻하는 천문학 용어에서 유래했다.
소설 등에서 장면 전환, 시간의 흐름, 시점의 전환 등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다. 공통적으로 글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키는 용도다. 본문과 각주 등 보충 설명을 구분하거나 순전히 미적인 장식물로 쓰기도 한다. 별도 행의 중앙에 정렬해 배치한다. 책을 이루는 단위로 보자면 문단(단락)보다는 큰 개념이고, 장(챕터)보다는 작은 개념 되시겠다. 굳이 비교하자면 관련 문단을 묶은 소절(섹션)과 유사하다.
어떤 딩커스는 장면과 시점을 능수능란하게 옮겨가며 영화 속 신(scene)처럼 작동한다. 이야기를 끊지 않으면서도 잠깐 쉬어가는 완급 조절의 역할도 한다.
1920년대 호주 잡지 ‘불레틴(the Bulletin)’ 소속 작가가 만든 용어로 알려져 있다. ‘너무 작은’ ‘깜찍한’을 뜻하는 딩키(dinky)가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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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커스는 때로 배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작가 브랜던 테일러(1989~)²는 ‘나는 당신의 애스터리즘도, 딩커스도 거부한다’라는 글을 통해 자신이 왜 딩커스를, 특히 온라인 글쓰기에 쓰인 딩커스를 싫어하는지를 구구절절 밝힌다. 그는 딩커스의 유용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남용될 경우엔 마치 구조의 부재를 가리거나 서사적인 추진력을 대체하는 속임수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특히 테일러는 작가의 문장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을 때 등장한 딩커스는 독자를 글 밖으로 튕겨내는 폭력적인 난기류에 비유한다.
“모든 전환점을 딩커스로 표시할 필요는 없다. 독자를 유치하게 대하지 말라. 흉물스러운 타이포그래피로 괴롭히지도 말라. (중략) 날 믿어라. 두 줄 공백이 더 낫다.” ³
딩커스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이옥진 조선일보 기자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 예고 : 공항에서 주욱 당겨서 줄 서게 만드는 기둥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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