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1마’ 추정 시험발사
평양서 새 무기체계 2발 쏴
APEC 겨냥해 핵 무력 과시
미북 협상 주도권 노린 듯
저고도 활공·회피기동 안 보여
극초음속 요건 달성은 미지수
주한미군 “안보리 결의 위반
한국과 北대응 긴밀히 공조”
북한이 지난 22일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11마’로 추정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북한 평양에서 발사할 경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까지 수분 내 도달할 수 있다. 요격이 어려운 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지난 22일 새로운 무기체계인 극초음속 비행체 두 발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발사된 극초음속 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 등판 목표 지점에 떨어졌다. 발사 지점과 탄착 지점 간 거리는 400여 ㎞다. 북한은 구체적인 미사일 기종이나 세부 제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신형 극초음속 비행체라는 북한 측 설명을 고려하면 이달 초 처음 공개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화성-11마의 탄두 부분이 원뿔형이 아니라 날개가 달린 비행체 형태의 글라이더형인데, 북한이 이날 공개한 해당 미사일도 같은 외형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화성-11마는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처음 등장했다. 화성-11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1형(KN-23)’ 발사체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형태다. 화성-11마는 지난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도 등장했다.
다만 실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과연 극초음속 미사일 요건을 달성했는지는 미지수다. 마하 5 이상 속도로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면서 변칙 기동을 해야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만큼 빠른 속도에 순항 미사일만큼 낮은 비행고도를 결합하고 변칙 기동성까지 갖추고 있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인 저고도 활공이나 회피 기동이 탐지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미사일이 화성-11마인지는 평가 중”이라면서도 활공이나 변칙 기동 여부에 대해서는 “거리로 인해 (탐지가) 제한되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정확도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탄착 지점인 어랑군 궤상봉 등판은 청진공항과 어랑읍에서 불과 5㎞ 떨어져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읍시가지와 비행장 인근에 탄착 지점을 설정한 것은 발사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활강 성능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정확도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화성-11마의 사거리가 50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도 북한이 직선거리 430㎞ 지점을 탄착 지점으로 설정한 데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발사 지점에서 경주까지 직선거리가 공교롭게도 460㎞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경주까지 사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발사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북 대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발사를 지도 참관하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원할 때 군사 도발을 통해 미국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동시에 협상 우위를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날 북한의 도발에 반응했다.
주한미군은 2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입장문을 통해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면서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양국 본토 방위를 위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이 같은 입장 발표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30일 방한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