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젊은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선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는 북한의 대형 토목·건설 공사에 수시로 파견되는 청년단체다.
지난해 여름 수해를 입었던 압록강 유역 평안북도 지역 복구에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가 공로를 세운 것을 계기로 북한은 이 단체의 활약상을 적극 선전하고 있다.
30만명에 달하는 대원들이 즉각 복구작업에 자원한 결과 4개월간 1만5000여채의 주택과 학교, 병원 등을 재건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이 단체의 “자애로운 아버지”라고 지칭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이번 복구작업에 대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사회주의의 충실한 수호자이자 믿음직한 일꾼으로 훈련할 좋은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이들의 활약상을 두고 “국가의 정신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북한 매체들은 돌격대원들이 평안북도 지역에 배치된 이후 매달 그들의 활동을 보도하고 애국심과 의욕을 칭찬하는 등 집중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에 체제 선전의 핵심 역할을 맡긴 배경에는, 오히려 북한 젊은이들이야말로 어느 집단보다 ‘이념적 이탈’에 취약한 세대라는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WSJ은 “김정은은 북한에서 신과 같이 숭앙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층의 이탈이라는 커다란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며 “그는 특히 강력한 정보 통제의 틈새로 할리우드 영화나 K-팝 음악이 흘러들어와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일, 총격 명령까지 내리며 국경 통제를 강화한 일, 한국식 미니스커트는 물론이고 ‘남친’과 같은 축약어 사용까지 금지한 일 등이 모두 비슷한 두려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병사들의 진술이나 유류품 등에서 엿보이듯이 10년 이상 군 복무를 하는 젊은 남성들에 대해서는 ‘주입식 정훈 교육’이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나 장애인 남성 등 병역이 면제되는 집단을 향한 사상 교육의 수단으로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와 같은 준군사 조직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WSJ에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층을 육체노동에 몰두하게 만들어 그들이 모여 한국의 TV를 시청하고 불온한 사상을 키우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 젊은이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일이기도 하다고 WSJ은 짚었다.
한국 정부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와 같은 청년단체에 많은 주민이 강제로 징용돼 심각한 영양 부족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돌격대라는 조직이 구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첨단 기계의 부족을 사람으로 메꾸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보니 작업환경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