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밀어붙일 생각이다. 기회를 주겠다."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정준재(22)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령탑이 확실한 믿음을 보이고 있음에도 정준재를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SG는 51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5승 25패 1무, 정확히 5할 승률로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순위결정전까지 치르는 박빙의 접전 끝에 아쉽게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탄탄한 마운드와 달리 타선이 너무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SG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3.64로 4위다. 선두 한화 이글스(3.35)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5월로 범위를 좁히면 3.14로 NC 다이노스(2.87)위 뒤이은 2위다. 5월 들어 선발진이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5월 선발 ERA는 3.02로 1위다.
타선은 정반대다. 팀 타율 0.234으로 승률 2할대에 머물고 있는 키움(0.230)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확실한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지훈(0.310)만이 유일한 3할대 타자고 지난해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0.313)는 13경기만 뛰고 지난 4월 10일 이후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다. 안상현(0.273)과 조형우(0.266)이 반등했지만 기존에 든든히 제 역할을 해주던 선수들의 동반 부진이 심각하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일시 대체 외국인 타자 라이언 맥브룸(0.203)은 실망만 남겼고 결국 조기에 짐을 싸야했고 지난해 신인임에도 3할을 때려낸 정준재는 0.209로 저조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대표 유격수 박성한(0.273), 뒤늦게 합류해 20경기에서 8홈런을 날렸으나 타율 0.221, 최근 10경기에선 0.176으로 컨택트에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는 최정, 시즌 타율 0.241, 10경기 0.188에 그치는 한유섬, 지난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며 올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한 고명준(0.255)도 10경기 타율 0.222로 반등의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계속 좋을 수만은 없고 그렇다고 계속 나쁘지만도 않은 게 타격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동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구단에 따르면 25일 경기를 앞두고 이숭용 감독은 정준재에 대해 "아직 멀었다. 더 좋아질 것이다. 열심히 하는 중"이라며 "계속 밀어붙일 생각이다. 그래야 내년에 올라온다. 기회를 주겠다. 부침이 있어도 이겨낼 것"이라고 굳은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믿어주는 인내심도 대단하지만 한 두명의 부진이 아니기에 믿지 않는다고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정준재는 최근 10경기에서 3차례 침묵이 있었음에도 4차례나 멀티히트를 날리는 등 반등의 희망을 보이고 있다. 박성한 또한 최근 10경기에선 타율 0.273으로 조금씩 슬럼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전에는 드류 앤더슨이 선발로 나선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56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평균자책점(ERA) 2.08, 85개의 탈삼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하긴 하지만 앤더슨은 ERA와 탈삼진 모두 폰세에 이어 2위를 달리는 등 압도적인 임팩트를 그리고 있다.
부진한 타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개인 4연승을 질주 중이다. 최근 5경기에서 2실점(자책점 1)에 그쳤다. 타선이 최소한의 도움만 주더라도 승리를 챙겨낼 능력을 갖춘 앤더슨이다.
NC 선발 신민혁은 2승 3패 ERA 4.74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SSG전 한 차례 등판해 5⅓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하고 KT 위즈가 패할 경우 다시 공동 4위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앤더슨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쳐주는 만큼 타선이 초반부터 얼마나 점수를 잘 쌓아갈지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