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던 ‘송나라 종’, 왜 인천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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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상반기 특별전…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
일제강점기 중국서 수탈해 온 종… 광복 이후 인천 조병창에 남겨져
8월 10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

인천시립박물관 직원이 시베리아 대륙에서 수집된 매머드 상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상아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수집해 인천의 한 창고에 보관하다가, 광복 후 발견돼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시립박물관 직원이 시베리아 대륙에서 수집된 매머드 상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상아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수집해 인천의 한 창고에 보관하다가, 광복 후 발견돼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가면, 높이 2m에 무게가 2.5t이 넘는 거대한 철제 종(鐘)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미술 1세대 평론가로 불리며 초대 박물관장을 지낸 이경성 선생(1919∼2009)이 1946년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부평구에 있던 ‘일본 육군 조병창(造兵廠)’에서 옮겨 온 것이다.

일본은 1939년 부평에 병참기지이자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세운 뒤, 한반도에서 금속류를 공출해 이를 녹여 무기로 만들었다. 중국 각지에서도 금속류를 대대적으로 수탈했는데, 이 종은 송나라 때 만들어져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한 사찰에 있던 것으로, 그곳에서 한반도의 조병창까지 실려온 것이다. 이 때문에 종 옆 안내판에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이곳에 왔나’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중국의 고즈넉한 산사를 지켜야 할 종이 인천의 박물관 뜰에 놓이게 된 것 자체가 기구한 운명이라는 뜻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이 종을 포함해,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이라는 주제로 상반기 기획특별전을 10일부터 열고 있다. 다른 박물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특별한 사연을 지닌 유물들을 통해 인천과 한국, 동아시아가 걸어온 곡절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관람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1883년 인천항 개항부터 청일전쟁,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중심에 있었던 인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전시하거나 보관 중인, 기구한 운명을 지닌 유물들을 소개한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인천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일본 공사의 조난비, 구한말 선교사로 조선에 와 인술을 펼쳤던 랜디스(1865∼1898)의 십자가가 전시돼 있다. 1888년 일본인 해운업자가 인천에 세운 국내 최초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1918년 중국 음식점으로 바뀌며 내걸었던 ‘중화루’ 간판도 눈길을 끈다. 개항기 독일계 무역상사인 세창양행에 하사된 나전칠기 장롱도 전시된다.

이 밖에도 시베리아 대지에서 발견된 거대한 매머드의 상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해군박물관에 있어야 할 120년 전 러시아 군함 깃발이 어떻게 인천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오게 됐는지도 함께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8월 10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없다.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유물은 인간사의 반영인 만큼 있어야 할 곳을 떠나 안착하기도 한다”며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들의 사연을 통해 인천이 걸어온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공립 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4월,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인근에 있던 세창양행 사택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인천향토관에 있던 선사시대 및 개화기 유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 광복 후 일본이 가져가지 못해 세관 창고에 남겨진 유물 등 300여 점을 전시했다. 그러나 6·25전쟁 중 박물관 건물이 훼손되면서 문을 닫았다. 1953년에는 개항기 외국 사절들의 사교장으로 사용되던 인천 중구 자유공원 길목의 ‘제물포구락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1990년 5월에는 연수구 청량산 자락에 건물을 신축해 현재의 박물관으로 이전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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