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가슴의 ‘찢어진 태극기’ 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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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最古 ‘진관사 태극기’ 본떠
화제 모으며 온라인 주문 급증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진관사 태극기’(사진)가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취임 직후 공식 석상에서 배지로 착용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배지 예약 주문이 밀려드는 등 관심이 커졌다. 학계에선 최근 벌어진 유행이 아니어도 진관사 태극기는 “역사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먹힐’ 콘텐츠”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리는 ‘백초월 스님 추모재 및 학술 세미나’에서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논문 ‘진관사 태극기의 기억과 향유’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진관사 태극기의 제작 방식이나 발견 과정 자체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를 개조해 만든 태극기로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됐다. 태극기에 대한 억압이 심했던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것으로는 유일하다.

진관사 태극기는 모양새도 당시 최고조에 이르렀던 항일 의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왼쪽 윗부분이 불에 타 손상됐고 구멍 뚫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 독립운동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발표 논문에서 “가로세로 비율은 5 대 4로, 다른 태극기에 비해 세로가 길다는 특징은 일장기를 태극기로 개조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훗날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된 과정 역시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크다. 2009년 진관사의 부속 건물을 해체·복원하던 중 내부 불단(佛壇) 안쪽 벽체에서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동반 자료도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과 불교계 지하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문건 19점에 보자기처럼 싸인 채였다.

이 교수는 “근대유산으로서의 태극기는 역사적 엄숙함에 갇혀 있기 쉽지만 진관사 태극기는 풍부한 상상력을 끌어낼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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