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음악 로큰롤과 사랑에 빠진 백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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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센터 뮤지컬 ‘멤피스’
엘비스 프레슬리 첫 방송 소개한
DJ 듀이 필립스 실화 소재로 제작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 가수와 백인 DJ의 꿈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멤피스’. 쇼노트 제공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 가수와 백인 DJ의 꿈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멤피스’. 쇼노트 제공
1950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1866년 노예제가 폐지된 뒤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흑인과 백인이 같은 식당에서 밥도 먹지 못할 만큼 인종차별은 여전했다. 당시 ‘흑인 음악’으로 여겨졌던 로큰롤에 빠진 백인 청년 휴이는 흑인들이 모여 사는 빌 스트리트 지하 클럽을 찾는다. 그곳에서 흑인 가수 펠리샤의 노래를 들은 그는 “흑인들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로큰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라디오 디제이(DJ) 휴이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2023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작품은 1954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처음 방송에 소개했던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디제이를 꿈꾸던 휴이는 어느 날 백인 방송국 DJ의 부스에 몰래 들어가 흑인 음악을 튼다. 금기를 깬 그의 행동에 방송국 사장은 격분하지만 백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결국 휴이는 방송국의 정식 DJ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 쇼도 진행하게 된다. 처음엔 거리를 두던 펠리샤와도 점차 사랑을 키워 간다.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벽을 넘으려는 인물들의 도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록밴드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만든 1950년대 로큰롤과 리듬앤드블루스, 가스펠을 오마주한 넘버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군무와 벅찬 음악이 합쳐져 시종일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유쾌한 사랑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지한 메시지도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꿈을 좇아 뉴욕으로 향하려는 펠리샤와 고향 멤피스에 남으려는 휴이의 엇갈린 선택은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멤피스는 휴이에겐 안온한 고향이지만, 펠리샤에겐 항상 폭력의 위협이 도사린 장소였다. 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 페이스’ 없이 머리카락 색만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게 연출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9월 21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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