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시고 살던 막내에게만 "건물 물려줄게" 유언했는데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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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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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과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유언은 유언자가 민법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일방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사망 후 그 의사가 실현되도록 하는 제도다. 유언으로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주는 '유증'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유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지를 정할 수 있다. 유증의 상대방은 자녀나 배우자는 물론 가족이 아닌 사람이나 자선단체도 가능하다.

유효한 유언도 집행되지 않으면 '종이조각'

유언은 법률이 정하고 있는 유언사항에 관하여만 효력이 인정되므로 도덕적인 의미를 가진 유훈이나 장례에 관한 지시 등은 법적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 엄격한 요식성을 요구하여, 민법에 정하고 있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총 5가지의 방법으로 각각의 방식에 따른 법정요건을 준수해야만 그 효력이 인정된다.

대법원도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하여, 유언자의 진의가 확인되더라도 법정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유언은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유언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정된 요건과 방식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유언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잘 만든 유언서라도, 사망 후에 유언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절차가 지연되거나, 유언 내용이 무시되는 등의 이유로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유언자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현실 속 유언 집행의 삼중고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세 명의 자녀(A, B, C)중 해외에 있는 자녀 A, B는 배제하고, 피상속인과 함께 거주하는 막내 C에게 자신이 보유한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가건물을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서를 남기고 사망한 사례에서, 위 유언서가 온전히 집행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살펴본다.

첫째, 유언서의 존재가 확인되어야 한다. 아무리 심사숙고하여 작성한 유언서라도, 유언자의 사망후에 발견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유언자는 유언서의 보관 장소와 존재를 유언집행자에게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 최소한 유언으로 이익을 얻게 될 수증자에게는 유언서의 존재를 알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유언서가 발견되면 검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 사례에서 C는 유증에 따라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야 하는데, 등기소에 유언서만 제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검인절차를 통해 작성되는 검인조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유언 검인절차는 유언서 자체의 상태를 확정하고 명확히 하여 유언의 집행 전에 유언의 위조 내지 변조 등으로 유언자의 진의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확인절차다. 유언의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언검인 절차를 마치더라도 유언의 효력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유언무효의 소를 통해 다툴 수 있다.

유언 검인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상속인 또는 그 대리인을 소환하고,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 A, B에게도 소환을 통보하게 된다. 이때 A, B에 대한 송달은 외국에서 하는 송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유언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유언검인 절차를 거치는 데에만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공정증서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위와 같은 검인절차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유언 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

상속인들이 집행자가 된다면?

셋째, 유언서를 집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민법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실현하고, 유언집행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유언집행자 제도를 두고 있다. 유언집행자는 유언으로 유언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 전원이 공동 유언집행자가 된다.

유언집행자가 수인일 경우 유언집행에 관한 임무의 집행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므로, 상속재산을 받지 못하게 된 A, B가 반발하여 유언집행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피상속인이 유언서를 작성할 때 유언의 본지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해줄 유언집행자를 지정했다면 분쟁 없이 신속하게 상속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유언집행자의 존부는 유언의 집행과정에서 분쟁 여부나 신속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핵심은 '방식 선택'과 '집행자 지정'

유언은 유언자의 사후에 남게 될 법률관계에 자신의 의사를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유언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언서의 작성만큼이나 집행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다. 특히, 유언 방식의 선택과 유언집행자의 지정은 유언이 신속하고 분쟁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해외에 거주하는 상속인이 있는 경우 유언검인절차가 필요 없는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을 선택해야 신속한 집행을 담보할 수 있고, 상속인 간에 이해 충돌이 예상된다면 변호사 등 전문가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언 외에도 신탁을 활용한 자산승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신탁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신탁만으로 모든 상황을 대처할 수는 없다. 유언은 작성이 간편하고 재산의 소유권 이전 없이도 상속 설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속을 준비하는 유익한 수단이므로, 신탁과 병행하면 매우 효과적인 상속 설계 방안이 될 수 있다.


유언, 작성만으론 부족… '집행'까지 완벽해야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조웅규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서울대 법학대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민법/신탁법 전공)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1년간 연수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반환청구 등 다수의 상속분쟁 및 상속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로펌 내 종합자산관리센터인 'Estate Planning Center'의 설립을 주도하여 현재 자산승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삼성생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균관대, 부산외국어대 최고국제경영자과정(AMP), 전미한인공인회계사협회, 어바인 한인상공회의소 등에서 많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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