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최소한 두 달 동안은 세계인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 전승절과 4중 전회가 잇달아 열린다. 경제적으로는 2015년 증시 폭락 사태 재연 여부가 판가름 날 확률이 높다. 한국으로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탈(脫) 안미경중을 선언한 만큼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의외로 관심권 밖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물결’이 거세게 분 반면 ‘시진핑 물결’은 실각설이 나돌 정도로 주춤거렸기 때문이다. 각국의 중심축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으로 쏠리는 과정에서 중국과 시 주석은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가 여름 휴양지에서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올해 유독 시선을 끈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권력 체계상 이상 기류가 흐를 때 이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주목되는 것은 회의가 끝나갈 무렵부터 결과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시 주석 활동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3일 전승절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대외적으로 수세에 몰린 미국과의 경쟁을 만회하고 대내적으로 실각설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에서다. 오랜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참석한다. 앞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회의에서는 투자액을 대폭 늘려 일대일로의 판을 키우기로 확정했다.
다음달에 열릴 4중 전회에서는 시 주석의 4연임을 확정할 확률이 높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후계자 지정 없이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체제를 확정하는 방안과 4연임은 확정하되 후계자 지정을 통한 평화로운 교체 방안이다. 결과에 따라 실각설을 주도한 반(反)시진핑 세력의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증시도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시 주석 실각설이 누그러지기 시작한 지난 7월 말 이후를 보면 주가 상승률이 미국과 한국 증시를 제치고 주요 20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웃돌았는데도 증시가 부진해 나온 통계 조작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할 정도로 훨훨 날고 있다.
문제는 7월 이후 트럼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실물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소비, 설비투자, 고정자산 등이 모두 급감하는 가운데 제조업 활력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 오래됐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펀더멘털 여건에서는 주가가 오를수록 지속 가능성에 의심이 생겨 결국 붕괴할 수 있다.
권력 연장 차원에서 10년 전 증시 붕괴 낙인 효과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시 주석은 대대적으로 친증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를 떠받치는 개인투자자, 즉 부추 세력의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기 위해 부동산 등 주식 외 투자에 과세를 강화하고 해외 자금을 억제하거나 환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친증시 정책으로 잘나가던 한국 증시는 지난 7월 말 세법 개정안 발표 후 중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 흐름과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요건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별 차이 없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등으로 코스피지수 5000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돼서다.
중국의 친증시 정책처럼 부동산과 해외 투자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스피지수 5000 도달이라는 총론에 맞게 각론인 세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