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찾아온 '크립토 윈터'…트럼프 관세 폭탄에 가상자산 휘청

21 hours ago 3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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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와 함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되면서 투자 심리가 억눌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한국시간) 23시 15분 현재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4.01% 하락한 8만20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일 8만8000달러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새벽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8만200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알트코인은 보다 큰 낙폭을 경험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5.62% 하락한 17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1일 이후 다시 한번 심리적 하락 저항선 18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이외 엑스알피(XRP), 바이낸스코인(BNB),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파이 네트워크(PI)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모두 약세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한 시장 약세가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터지면서 지난해 대비 50% 이상 급락한 코인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특히 낙폭이 컸던 네오(NEO), 마스크 네트워크(MASK) 등의 프로젝트들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상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상보다 더 강력했던 미국의 관세 정책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이번 가상자산 시장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의해 촉발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고, 60여 개의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별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의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과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던 한국에도 26%의 상호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는 국가별 관세율이 높았고 대상 국가도 광범위하다는 점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강한 수준"이라며 "주요국의 대응 등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라고 진단했다.

美 상호관세가 가상자산에 치명적인 이유

① 인플레이션 우려↑…금리 인하 가능성은 ↓

가장 먼저 관세로 인해 미국 내 물가 상승이 촉발될 가능성이 올라간 것이 가상자산 투심을 악화시킨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관세 적용으로 시장 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시장 유동성과 투자 심리는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가 시작되면 미국 내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여태 인건비가 높은 자국이 아닌 인건비가 비교적 낮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중국에서 값싼 가격에 휴대전화 및 전자 제품, 기계, 섬유, 목재 등을 수입해 왔다. 그러나 관세가 부과되면 이들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② 실물 경제 침체 우려…가상자산에도 악재

관세 대상국이 된 국가들의 실물 경제 침체도 가상자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보는 국가들을 대상으로한다. 관세율은 무역 흑자 규모에 따라 책정됐다. 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고, 흑자 비율이 높을수록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상호관세로 인해 무역 규모가 줄어들 경우, 해당 국가들의 국가총생산(GDP)도 줄어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은 지난 2024 미국과의 무역에서 1234억6300만달러(약 124조560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베트남의 2024년 GDP(4763억달)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관세는)여태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례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이 먼저일지, 관세 대상 국가의 실물 경제 타격이 먼저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후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긴밀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보복에 역풍 맞을 수도

마지막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로 피해를 보게 된 국가들의 보복 조치도 위험 요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자마자 유럽연합, 캐나다, 중국 등은 즉각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년간 다자 무역 협상에서 도출한 이익 균형의 결과를 무시하고, 미국이 오랫동안 국제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자국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히 반격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 국채 보유량 1위와 2위인 일본과 중국이 보복 조치로 미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에도 미국의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도해 왔다.

김진일 교수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대응책으로 국채 매도를 선택하게 된다면 미국의 금리는 자연스레 올라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엔 호재 될 수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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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비트코인에는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미드 말레칸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비트코인은 이미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보호를 위해 비트코인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태도는 달러의 통화 주도권과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는 길"이라며 "이번 상호관세의 여파로 비트코인이나 금 같은 자산이 각광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wook9629@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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