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작년 총배당액이 1년 전보다 5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주환원(밸류업) 정책과 함께 비과세 배당(감액배당) 등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보험·증권주의 배당금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배당수익률 2.91%로 높아져
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CJ와 강원랜드, 넥센타이어 등 3개사의 배당기준일이 지나며 모든 상장사의 결산배당이 마무리됐다. 기존 국내 상장사의 배당기준일은 예외 없이 12월 말이었지만 2023년부터 주주총회 이후로 정할 수 있게 됐다. 배당액 확정 후 배당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른바 ‘벚꽃배당’이 확산한 배경이다.
상장회사협의회가 2024사업연도 상장사(12월 결산기업)의 총 현금배당액을 산출한 결과 48조1458억원으로 계산됐다. 전년(43조1185억원) 대비 5조273억원 증가했다. 배당을 계획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같은 기간 1165개사에서 1189개사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배당 규모는 11.7% 커졌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배당금액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3년 40조9347억원을 현금배당했지만 작년엔 4조7956억원 많은 45조7303억원으로 늘렸다. 코스닥 상장사 현금배당은 2조1823억원에서 2조4136억원으로 2313억원 불어났다. 증가율은 10.6%다.
전체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중)은 지난해 2.47%에서 올해 2.91%로 높아졌다. 배당금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2.95%에서 3.29%로 올라갔고, 코스닥 배당수익률은 2.05%에서 2.56%로 높아졌다.
◇배당 크게 늘린 ‘밸류업 모범생’
자동차와 보험·증권주의 배당금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로열더치셸이 최대주주여서 배당성향이 유독 높은 한국쉘석유를 제외하면 삼성화재와 현대차의 주당 배당금이 최상위권이었다.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우선주는 배당금이 주당 1만9000원으로, 지난해 1만6000원에서 18.8% 높아졌다.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5.4%, 우선주 7%에 달했다. 보통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이면 고배당주로 분류된다. 삼성화재는 18년 만에 보통주 136만3682주와 우선주 9만2490주를 이달 1일 소각하기도 했다. 올해 초 밸류업 공시에서 밝힌 대로다. 상장사 중 최초로 작년 밸류업 공시에 나선 키움증권도 올해 배당금을 작년(3000원) 대비 두 배 이상 높인 주당 7500원으로 확정했다.
현대차 보통주와 우선주의 배당금은 주당 1만200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5% 넘게 높였다.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6.3%, 우선주 8.5%다. 기아 역시 7.3%로 높은 편이다.
상장사들의 배당금 인상과 관련해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한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감액배당이 활성화하는 점도 배당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주주에게 비과세로 배당하는 방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주주환원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라며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제도적 유인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