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벗어난 '脫탄소 난방'…기후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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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히트펌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첫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히트펌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첫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유럽을 중심으로 히트펌프와 태양광, 배터리를 결합해 겨울철 난방비를 사실상 ‘0원’ 수준으로 낮춘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공기 중 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이 제도적 지원과 결합하며 에너지 비용과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구조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인정과 요금제 개편 등 정책 변화가 이어지면서 ‘난방 전기화’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 공기에서 열 끌어오는 구조…전기 1로 열 2~3 생산

히트펌프의 외형은 에어컨 실외기와 비슷하지만 작동 원리는 반대다. 외부 공기에서 열을 흡수해 실내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냉매를 압축·팽창시키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며, 전기 1을 투입하면 통상 2~3배 수준의 열을 생산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 같은 특성으로 기존 가스보일러 대비 에너지 효율이 두 배 이상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 연소 과정이 없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난방뿐 아니라 냉방, 온수 공급까지 단일 설비로 통합할 수 있어 기존 에어컨과 보일러를 각각 운영하던 주택 구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비 효율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히트펌프 중심의 미래 청정열의 네트워크 개념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히트펌프 중심의 미래 청정열의 네트워크 개념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히트펌프의 실효성은 북유럽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7도 수준이지만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히트펌프로 난방하고 있다. 이 같은 확산은 정책 설계와 맞물려 있다. 노르웨이는 2020년대 초반부터 석유 보일러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보조금과 탄소세, 건물 에너지 등급제를 동시에 시행했다. 기술 보급과 비용 구조를 함께 설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영하 28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기존 경유 보일러 대비 운용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 전기화는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냉난방과 온수 등 열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 기반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히트펌프 작동 원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히트펌프 작동 원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히트펌프 10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일은 2030년까지 600만 대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전 세계 난방 수요의 55%를 히트펌프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 한국도 제도 정비…전기요금 체계까지 손질

국내 정책도 본격적인 전환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3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공식 인정하고, 2026년을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을 통해 온실가스 518만t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에 히트펌프 관련 경제활동을 포함해 녹색금융 연계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투자와 금융 지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요금 제도 역시 변화가 시작됐다. 4월부터 히트펌프 설치 가구는 기존 주택용 누진제 외에도 일반용 요금이나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력 사용 구조에 따라 유리한 요금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비용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부담을 이유로 한 보급 저해 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 집행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맡는다. 올해 ‘난방 전기화 사업’을 통해 제주·전남·경남 등 온난지역 단독·연립 주택을 중심으로 공기열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한다. 총사업비는 361억원 규모로 국비와 지방비를 70%로 지원한다. 자부담은 구독이나 렌탈 방식으로 분할 납부도 가능하며,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 연탄·등유 보일러 사용 가구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히트펌프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비율이 77%에 달하는 국내 주거 환경 특성상 공동주택 확대는 과제로 남아 있으며, 정부는 단독주택과 온난 지역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난방 전기화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기후부와 함께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사업 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쳐 1호 설치가구 배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 온돌과의 궁합 주목

국내 주거 구조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아파트 비중이 약 77%로 높지만, 난방 방식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히트펌프는 저온 난방에서 효율이 높다. 유럽식 라디에이터는 40~55도의 온수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해 한국의 온돌 바닥난방은 약 35도 수준으로도 난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온돌 구조는 히트펌프와 열효율 측면에서 궁합이 맞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도 신축 주택의 70% 이상이 바닥난방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기존 공동주택 설계 기준과 보급 체계 개편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적용을 위해서는 설비 기준과 전력 인프라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단독주택과 온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초기 시장을 형성한 뒤 공동주택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공기 중에는 영하의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열이 존재하며, 이를 이용하는 기술 역시 이미 확보된 상태다. 정책 지원과 시장 확산이 결합하면 난방 방식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난방 전기화 사업이 화석연료 기반 난방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현장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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