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근무 중 실려온 자녀 시신…팔레스타인 의사 부부의 비극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부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녀 10명 중 9명을 잃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전날 팔레스타인의 소아과 의사 알라 알 나자르(38)씨가 근무하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응급실에 화상을 심하게 입은 아이들 시신 일곱구가 도착했다. 생후 7개월 아기와 두 살배기 아이는 공습으로 무너진 집 잔해 아래에 깔렸다.

나자르씨는 병원에 근무하느라 집에 아이들을 두고 왔다. 유일하게 생존한 11살 아들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 보건부는 의사인 나자르씨 남편이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집이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니르 알바르시 가자 보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야히아, 라칸, 라슬란, 게브란, 이브, 라이벌, 세이든, 루크만, 시드라 등 자녀 9명이 사망했다"며 "이것이 가자지구의 우리 의료진이 견뎌야 하는 현실"이라고 적었다.

나자르씨 아이들을 잃었지만, 계속 병원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살아남은 유일한 아들은 병원에서 수술받은 뒤 여전히 치료받고 있다. 가자 보건부 관계자는 CNN에 나자르씨가 침착하고 인내심을 유지한 채 현재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이는 듯한 눈빛으로 서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23일 정오부터 24일 정오까지 최소 7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칸유니스에서 "여러 용의자"를 타격했다며 "민간인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칸유니스 지역에서 우리 군 인근 구조물에서 활동하던 여러 용의자를 전투기로 타격했다"며 "칸유니스 지역은 위험한 전쟁지역으로, 작전하기에 앞서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