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와 사별했다고 속여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빠가 또다시 바람을 피웠다는 딸의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사연자 A씨는 이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인 새아빠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지 조언을 구했다.
A씨는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혼자 식당을 운영하면서 외동딸인 저를 키우셨다. 그러다가 10여년 전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림을 합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새아빠는 A씨 어머니의 고운 외모에 반해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아내가 병으로 죽었고 너무 외롭다면서 빨리 결혼하자고 재촉했다. 삶이 너무 고단했던 A씨 어머니는 청혼에 쉽게 응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새아빠는 새로운 가정을 이뤘다. 새아빠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줬고, A씨 대학 등록금도 내줬다. 한때 새아버지 아들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살기도 했다.
그런데 5년 전 A씨와 어머니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새아빠의 부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뇌졸중을 앓고 난 이후 합병증으로 인지능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고, 요양병원에서 장기 요양 중이었다.
큰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새아빠를 원망했지만, 새아빠는 “부인에게 병원비를 지급했을 뿐,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앞으로도 함께 살자”며 어머니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동산 일부를 팔아 3억원을 주겠다며 약정서를 써줬다.
하지만 새아빠는 1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A씨는 “새아빠가 갑자기 고가의 스포츠카를 샀고 여행과 출장 일정이 늘어나더니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면서 어머니에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했다. 어머니는 또 충격을 받고 몸져누웠다.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고 하셔서 너무 속상한데, 새아빠에게 재산분할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홍수현 변호사는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 실체가 있는 경우 인정된다. 혼인 의사로 합가해 생활하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며 양 당사자 원가족들과도 교류했다면 사실혼으로 볼 수 있다”며 “사실혼 당사자도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아빠를 상대로 한 재산분할이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선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새아빠는 법률혼 상태에서 A씨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를 맺었으므로 ‘중혼적 사실혼’으로 평가된다.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나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 어머니와 새아빠의 관계는 중혼적 사실혼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고 내연관계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 새아빠를 상대로 한 약정금 지급청구에 대해서는 “통상 약정서에 지급기일과 지급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고 작성일자와 서명 날인 등이 잘 됐다면 약정금 소송을 해 강제집행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약정서의 내용이 중혼적 사실혼 관계 지속을 조건으로 한다던가 약정서가 어머니와 새아버지의 관계 지속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면 약정서는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므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약정서의 문언과 약정서 작성 배경을 잘 살피고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대응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