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르쉐 창업주 손자인 볼프강 포르쉐 회장(82)은 2020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별장 한 채를 900만 달러(약 120억 원)에 매입했다. 17세기에 지어진 이 별장은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거주했던 곳으로, 카푸치너베르크 언덕에 있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별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가파르고 좁은 도로를 차로 올라가야 한다. 이에 포르쉐 회장은 카푸치너베르크 산에 길이 480m의 개인 터널을 뚫어 별장과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별장 지하에 차량 12대를 세울 수 있는 사설 주차장도 만들고자 했다.
지난해 초 그는 이 같은 계획을 보수 성향인 오스트리아국민당 소속이었던 전 잘츠부르크 시장으로부터 승인받았다.이후 시장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진보 성향인 녹색당 등 일부 시의원들이 포르쉐 회장의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다.
잉게보르크 할러 녹색당 시의원은 “개인이 산을 뚫을 수 있다니 놀랍다”며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혜를 거부한다”고 했다.
잘츠부르크 시의회는 내달 중순 포르쉐 회장의 터널 공사와 관련된 도시 계획 변경안을 놓고 표결한다. 국민당은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며, 녹색당은 공공재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라고 맞섰다. 시의회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주민들은 이날 거리에서 터널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며 항의에 나섰다. 잘츠부르크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니콜 마쿨라는 “돈 있는 사람의 일에는 도시가 즉각 움직이지만, 대중교통같이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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