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유 리우 리그 스튜디오 게임 디렉터, 제스로 차 LoL e스포츠 운영 담당 인터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지난 2009년 10월 처음 출시됐다. 이후 15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선 수년째 PC방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장수의 비결로는 ‘끊임없는 변화’가 꼽힌다. 2009년의 LoL과 지금의 LoL를 비교하면 ‘넥서스를 깨면 승리한다’라는 규칙을 제외하면 많은 것이 변했다.
올해에도 LoL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전장인 소환사의 협곡 디자인을 ‘녹서스’를 테마로 확 바꿨다. 새로운 오브젝트인 ‘아타칸’을 추가하며 게임 내적으로도 변수를 추가했다. e스포츠에서도 새로운 국제 대회인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 신설,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의 전면 도입 등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라이엇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피유 리우 리그 스튜디오 게임 디렉터, 제스로 차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운영 담당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와 같은 MOBA(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는 업계 베테랑이다. 과거 이블 지니어스 도타(Dota) 팀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는 등 e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다. 제스로 차 담당은 LoL e스포츠 국제 대회와 지역 리그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2017년부터 LPL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등 리그 운영에 기여하기도 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유저를 꼽았다. 그는 “LoL을 오랫동안 즐긴 유저들이 게임을 새롭고 즐겁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본질적인 즐거움을 해치지 않고 변화를 주기 위해 늘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LoL이 오랜 기간 이어져온 장수 게임인 만큼 늘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이엇의 이 같은 방향성은 e스포츠에서의 새로운 시도와도 연결된다. 제스로 차 담당은 “LoL e스포츠는 게임 기반의 스포츠”라며 “LoL은 지속적인 패치와 변화가 DNA인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 역시 “게임과 e스포츠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라며 ‘페이커’ 이상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페이커는 다양한 패치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라며 “이런 서사가 팬들에게 주는 감동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헀다.
패치 과정에서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완벽한 밸런스란 없고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라며 “변화가 없는 것을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게임을 지루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메타가 바뀌면서 프로 선수들과 플레이어가 좋은 챔피언과 이에 대한 파훼법을 찾는 과정이 오히려 희열을 더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챔피언을 사용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선수로는 ‘쇼메이커’ 허수와 ‘케리아’ 류민석을 꼽았다. 제스로 차 담당은 “쇼메이커는 매우 인상적”이라며 “특히 LCK컵에서 선보인 미드 클레드 같은 시도는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케리아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챔피언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서포터와 구별되는 것을 가진 굉장히 흥미로운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의 전면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이엇게임즈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을 LoL e스포츠 모든 대회에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각 지역리그 스플릿 1과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에만 시범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팬과 선수들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란 앞선 경기에서 사용한 챔피언을 다음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는 밴픽 방식이다. 다전제에서 후반에 갈수록 다양한 챔피언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피어리스 밴픽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스로 차 담당은 “게임단들이 4, 5세트에 나올 수 있는 챔피언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5세트는 아예 밴을 없애는 방법 또는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너무 초기”라며 “남은 대회에서 팀들이 어떻게 적응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라인 스와프(공격로 교체) 차단 패치에 대해선 “극단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지난해부터 국제 대회에서 라인 스와프가 필수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라며 “이는 정상급 선수들의 라인전 대결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안 좋은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스로 차 담당 역시 “e스포츠와 게임의 접점이 클수록 팬들도 더 대회를 즐길 수 있다”라며 “하지만 솔로 랭크에서는 라인 스와프가 거의 없는 반면 프로 경기에선 매번 등장했다”라며 패치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두 사람 모두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스로 차 담당은 “내년 MSI, 내후년 월즈 등 한국에서 열릴 국제 대회들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피유 리우 디렉터는 “한국 플레이어들은 높은 수준의 게임 실력을 갖췄고 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라며 “그들의 헌신적인 피드백에 늘 감사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