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사막에서, 심해에서… 생명체는 끝내 생존공식 찾았다

1 week ago 12

문화 > 책 벼랑에서, 사막에서, 심해에서… 생명체는 끝내 생존공식 찾았다 야생 염소 '알파인 아이벡스'경사 70도 절벽에서도 서식미세한 바위 틈 딛도록 진화사막 개미·심해 지렁이 등극한 환경서도 절묘한 적응 경사 70도 절벽을 오르는 알파인 아이벡스. 갈라진 발굽이 2~3㎜의 미세한 틈까지 정확히 붙잡아 균형을 잡는다. unsplash 문득, 시선을 붙드는 사진과 마주칠 때가 있다. 도대체 저곳까지 어떻게 올라갔을까 싶은, 인간이라면 감히 '길'이라 부르지도 못할 절벽 위에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야생 염소의 사진 같은 것. 녀석의 정확한 이름은 '알파인 아이벡스'다. 경사각이 70도가 넘는 절벽 위 녀석의 두 눈을 바라보면 그들은 물리법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중력은 불공평한 걸까. 하지만 신간 '극한 진화의 세계'를 유심히 보면 알파인 아이벡스의 마술적인 균형감각은 요술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다. 비밀은 발굽에 있다. 갈라진 발굽의 바깥쪽이 바위 표면의 미세한 돌출부에 걸리면, 2~3㎜의 틈에도 정확히 걸린다고 한다. 반대로 발굽 안쪽은 부드러워서 압력을 받으면 고무처럼 변형돼 몸을 밀착시킨다. 힘을 '모으는' 구조와 힘을 '흩는' 구조가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붙잡혀 먹힐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아이벡스는 후자의 위험을 선택함으로써 진화했다. 저자 이정모의 신간 '극한 진화의 세계'는 이처럼 극지와 심해, 화산섬과 사막에서 '존재'하는 생명의 비밀을 파고드는 책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역임하며 '털보 관장'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밀을 파고든다. 또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깊은 사유를 개진한다. 가령 알파인 아이벡스를 다룬 장의 결론은 이런 식이다. "인간은 가끔 환경을 탓한다. 너무 가파르다, 너무 불안정하다,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생명은 다른 방식으로 질문한다. 정말로 설 수 없는 곳인가, 아니면 아직 설 방법을 모르는 것인가. 때로 길은 보이지 않는 틈 속에 있다." 절벽을 건너 사막으로 가보자. '사하라은개미'도 극한 진화의 결과다. 태양이 떠오르면 체온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임계점은 53~54도. 이를 넘으면 죽는다. 생명 유지 기능은 단백질에 의존한다. 뜨거워지면 단백질의 정교한 구조가 붕괴된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사하라은개미의 '이동'은 그러므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체온이 임계점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