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인태는 지난해 야구계를 충격에 빠트린 ‘오재원 사태’에 연루돼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고, 최고의 조커로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주전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김인태(31)는 두산 베어스가 입단 당시(2013년)부터 애지중지 키운 자원이다. 타 구단의 수많은 트레이드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지켜낸 터라 기대치도, 애정도 상당하다. 아직 단 한 번도 단일시즌 100안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규정타석 경험도 없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변함없다.
매년 기대주로 꼽혔다. 성실한 훈련태도와 결정적 순간 해결능력은 팀이 그를 놓을 수 없게 만든 요소다. 2019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 때도 적시에 터진 그의 한 방이 없었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난 시즌에도 김인태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그러나 10경기(타율 0.174·1홈런·2타점)만에 ‘타의’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야구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오재원 사태’에 휘말렸던 탓이다. 두산 출신 오재원이 2021년 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지인 14명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도록 강요했는데, 그 명단에 포함된 두산 선수 8명 중 한 명이 김인태였다. 지난해 1군은 물론이고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도 뛰지 못했다.
선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죄로 야구와 멀어졌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김인태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사건 이후에도) 계속 훈련을 했지만, 경기 중계방송은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KBO리그는 지난 시즌 역대 최초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인기를 자랑했다. 절치부심하며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김인태는 “팬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또 다른 동기부여가 생겼다. 올해 직접 겪어보니 실감이 난다”며 “주변과 구단에서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마음을 잡고 계속 운동할 수 있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버텼다”고 덧붙였다.
절치부심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인태는 23일까지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5회초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승리에 직접 기여했다. 시즌 첫 결승타로 팀의 3연패를 끊어 기쁨이 두 배였다.
올 시즌 김인태의 대타 타율은 0.583(12타수 7안타)에 달한다. 승부처인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 타율도 0.333(9타수 3안타)으로 준수하다. 강력한 구위를 지닌 상대 필승계투조와 마무리투수를 주로 상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김인태는 “많은 훈련을 한 덕분”이라며 “대타 출전 빈도가 높은데, 시간이 날 때마다 방망이를 돌리려고 한다. 홈경기 때는 실내연습장에서 한 번이라도 더 쳐보려고 한고,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만큼 기존의 스윙보다 더 강하게 배트를 돌려보고 타석에 나간다”고 말했다.
최고의 ‘조커’로 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주전으로 자리 잡겠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주전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타로 나가면서 결과를 내야 선발로 나설 기회도 주어진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