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이수빈 기자] 탄핵과 장기간 경기침체 영향,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법인카드 발급이 감소하고 개인 신용카드 발급 증가세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사용액 역시 줄어들면서 경기불황과 불확실성이 증가에 따라 기업과 가계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 조기 대선 상황까지 겹치면서 경기 불확실성의 파고가 더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비용절감 나선 법인, 카드 이용액 10% 줄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1162만7000장으로, 지난해 12월(1164만9000장)보다 2만2000장 감소했다.법인 신용카드 발급량 감소는 지난 2018년 5월(-1만2000장) 이후 7년 만이다. 월별 기준으로 1월 감소는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한 2004년 1월(-16만장) 이후 21년 만이다.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데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 리스크도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법인 신용카드는 통상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법인 명의로 발급되는 카드다. 법인 통장 계좌와 연동해 결제 금액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에 법인 신용카드 발급 추세가 감소했다는 것은 일선 기업이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고 해석한다. 법인 신용카드의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 증감 외에도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기업이 기존 카드 갱신이나 신규 발급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줄고 있다. 지난 1월 총 이용금액은 17조 541억원으로 전월(19조 647억원)대비 10.5% 감소했다. 법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 2022년 5월 19조 8544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개인 신용카드 발급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개인 신용카드 발급은 1억2201만3000장으로 전달과 비교해 24만9000장 늘었다. 개인 신용카드는 지난 2016년 4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신규 발급량의 증가폭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 신규 발급량은 월평균 35만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 월평균 신규 발급량은 19만6000장으로 급감했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70조 4158억원으로 전월(73조 735억원)보다 3.6% 감소했다. 실제 통계청의 속보성 빅데이터 통계인 나우캐스트 지표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전국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신한카드 데이터 기준) 지표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식음료 및 음료(주류·담배 포함)는 전주 대비 5.2% 감소하고 음식 및 음료서비스도 2.5% 감소했다. 숙박서비스 소비 금액도 전주 대비 3.4% 줄었다. 유일하게 배달·외식 지출 금액만 1% 증가하며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탄핵 등 사회 분위기도 있어 놀러 가거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여주는 데 위축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가계지출 이외에는 지갑을 닫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카드 이용액 감소에 내수마저 흔들
신용카드 발급량과 이용액 모두 감소한 것도 경기 불황과 침체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194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이용액 감소 흐름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95.2)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진 지난해 12월(88.2) 큰폭으로 하락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내수 위축을 불러온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 줄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숙박·음식점의 매출을 기반으로 생산활동 수준을 측정한 지수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22개월간 지난해 1월을 제외하고 계속 줄었다. 이런 수치는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법인카드 고객 확보를 위해 부과혜택 제공 등 카드사들이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최근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사용액이 줄었다”며 “앞으로 경비 절감에 대한 기업은 더 늘 것으로 보여 법인카드 발급 증가가 둔화하거나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