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세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등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입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러한 주주 보호 및 이사의 책임 강화 기조가 비단 국회 뿐 아니라 최근 법원의 판결 동향으로부터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법원은 이사의 자기거래가 상법에 정해진 엄격한 요건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특히 자기거래에 대한 사후 추인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밝혔다. 또한 법원은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해 주주들의 강한 통제가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적법한 자기거래 요건은 무엇일까
우선 자기거래에 대한 법원의 판결 동향을 살펴본다. 자기거래란 회사가 그 이사 또는 주요주주나 그 관계자와 수행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이런 거래는 회사의 이익과 거래상대방인 이사 측의 이익이 충돌할 위험이 있어, 상법은 이사회가 이를 통제하도록 정한다. 이사가 거래 상대방의 대리인이나 대표자로서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와 같이, 회사와 이사 사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거래도 폭넓게 자기거래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5다70044 판결).
구체적으로 적법한 자기거래를 위해선 (1) 미리 이사회에서 자기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2)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3) 내용 측면에서도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하여야 한다(상법 제398조). 이러한 자기거래 규정을 위반한 경우 회사는 거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상대방이 위반 사실을 몰랐거나 모르는 데에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거래의 안전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유효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자기거래가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회사가 사후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나중에라도 자기거래를 승인했다면 그 거래를 유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오랜 기간 견해 대립이 있었다. 2023년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후적인 승인이 있다 하더라도 무효인 거래를 유효로 만들 수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1712 판결).
대법원은 올해 4월 30일에도 이와 같은 원칙을 다시금 명확히 확인했다. 이사들이 실질적으로 거래사실을 알고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어느 정도 있는 사실관계였음에도, 법원은 이사들에게 거래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미리’ 밝혔다거나 그러한 거래의 공정성에 대해 이사들이 충분히 심의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거래를 무효로 본 것이다. 사후 추인을 부정하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사회가 ‘실질적인’ 사전 승인을 했는지 여부의 판단에도 엄격을 기한 것으로 이해된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다218191 판결).
판례 동향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회사가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자기거래를 할 때 사전에 이사회 결의로 거래의 공정성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그 거래는 언제라도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사후 추인을 통해 제거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어렵다.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사실상 있었다는 주장 역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들로서는 소속 회사가 자기거래를 할 때 상법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상대방 회사의 입장에서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기거래에 해당한다면 상법상 요건이 모두 준수되어 거래가 나중에 무효로 평가될 위험이 없는지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수액, 포괄적 위임은 안돼
다음으로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에 대한 법원의 판결 동향을 살펴본다. 상법은 이사의 보수는 정
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제388조), 이러한 결의가 없는 경우 이사는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2025년 4월 대법원은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관하여 보수 지급 대상이 되는 임원인 주주는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됨을 밝혔다. 이러한 판시를 반영하여, 2026년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부터는 많은 주식회사가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을 결의하며 이사인 주주에 대하여는 의결권을 제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법원은 나아가 2025년 12월 개별 이사에 대한 지급액과 같은 구체적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할 수는 있지만, 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51522 판결). 보수액을 대표이사가 결정하도록 정관에서 규정하거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대표이사 개인에 보수액 결정을 위임하면 대표이사가 사익을 도모할 위험이 있고, 보수결정권을 가진 대표이사에 대한 나머지 이사의 감독이 적절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참고로 이 사안에서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제정한 임원보수지급규정은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지급한도 내에서 임원 보수는 경영성과 및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 내용이 무효로 판단됐다.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보수액의 한도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보수액의 결정은 관성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주식회사가 그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의 보수 지급은 무효로 평가될 위험이 높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주 전원이 이사인 초기기업에 처음으로 소수의 투자자가 주주로 들어오는 경우, 이들 소수의 신규 주주가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사실상 상당한 결정권을 갖게 되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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