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버터떡’ 팝업스토어(팝업)이 열리자 매일 수십명의 긴 대기줄이 이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버터떡은 중국 상하이 간식 ‘황요녠가오’에서 유래해 한국 카페에서 재해석한 디저트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탈 기미를 보이자 롯데백화점 팝업 매장으로 발 빠르게 상품화에 나선 것.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버터떡’의 검색 지수는 3월 초 당시만 해도 ‘0’이었으나, 불과 2주 뒤인 3월 15일에 정점(지수 100)을 찍었다. 폭발적인 유행이 오기 며칠 전에 매장을 내며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당시 버터떡 유행이 2~3주 남짓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렌드를 감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두쫀쿠부터 봄동비빔밥, 버터떡, 우베 등 최근 먹거리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건 당연한 상식. 대형 유통채널인 백화점은 어떻게 초단기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일까. 지난 20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최유정 MD부문 델리&베이커리팀 바이어(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 바이어는 1996년생이다. 롯데백화점에선 팝업을 기획할 때마다 최 바이어처럼 1990년대 Z세대들이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특정 팀이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식의 탑다운 전략에서도 탈피했다. 기획 단계에서 각 팀의 젊은 세대 직원들이 잠시 모여 TF를 운영하다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조직을 해체한다. 이후 새로운 유행이 감지되면 다른 구성원으로 다음 TF를 다시 꾸려 트렌드 흐름에 대응하는 식이다. 최 바이어는 “이슈성 있는 상품은 아무래도 2030 고객이 많이 찾는 만큼 새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유행에 민감한 세대만 따로 모아 TF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꾸려졌다 해체한 TF는 지난달 만우절과 식목일을 엮어 이벤트를 기획했던 팀이다. 롯데백화점은 두 기념일을 맞아 이색적인 식음료(F&B) 메뉴와 친환경 이벤트를 선보이는 '만식이 위크'를 진행했다. 본점과 잠실점 등 6개 주요 점포에서 '대왕 모찌'와 봄동 모양을 본뜬 '봄동 쿠키' 등의 이색 메뉴를 선보인 행사다. 당시 TF 구성원은 1990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총 네 명. 식품 부문 내 델리·베이커리팀, 다이닝팀, 와인팀, 아울렛팀에서 MD를 한 명씩 모았다.
최 바이어는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팝업은 많이 해왔지만 만우절 관련 팝업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치밀한 전략에 따랐다기 보단 그저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에서 시작한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의사결정 단계는 파격적으로 줄였다. 최 바이어는 “TF에선 의견 제시가 자유롭고 결재 구조도 단순하다”며 “바이어가 아이디어를 내면 부문장 결재로 바로 이어진다. 중간 보고 체계가 몇 단계는 축소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TF가 꾸려지는 방식 자체도 즉흥적이다. 최 바이어는 “누군가 ‘어떤 유행이 감지되니 관련 팝업스토어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식의 아이디어를 내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며 ”기존엔 개인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획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직이 운영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패에 대응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꿨다. 최 바이어는 “TF에선 실패한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없다”며 “레퍼런스가 없고 위험이 따르는 기획도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라고 말했다. 만식이위크도 매출 등 양적 지표를 놓고 보면 대형 성공 사례는 아닐 수 있지만, 내부에선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다는 게 최 바이어의 이야기다. 그는 “매출이 크게 나온 행사가 아님에도 새로운 것을 기획했다는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며 “기존엔 설, 추석, 크리스마스처럼 정해진 시즌 안에서 식품 팝업을 열었다면, 만우절이라는 새로운 시즌을 백화점 식품관에 들여왔다는 데 칭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흑백 미식전 등 흑백요리사 관련 팝업이나 시즌성 크리스마스 마켓·서머 마켓 등도 비슷한 체계로 운영된다. 최근 인기를 끈 강릉 길감자 팝업도 최 바이어가 강릉 여행 중 발견한 한 디저트 식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TF의 목표는 무조건 ’새로운 것‘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기획은 ’김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하반기 롯데백화점은 지자체 김밥축제와 연계한 팝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5만명이 몰리며 흥행한 ‘김천 김밥축제’를 백화점으로 들여온 것이다. 김천에서 열리는 본 축제에 앞서 서울 주요 점포인 본점이나 잠실점에서 프리뷰 형식의 ‘김밥 스트리트’를 선보이는 구상이다. 지역축제를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롯데백화점 F&B 바이어들은 직접 지역을 돌며 120여 곳의 로컬 맛집과 베이커리, 카페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바이어는 “로컬 페스티벌이 많이 뜨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며 “김밥축제, 떡볶이축제 같은 것들이 트렌드라고 봤다. 지역 상생의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기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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