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山, 山… 한 평생 산을 그렸던 韓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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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Work, 1967, 캔버스에 유채, 130×1305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Work, 1967, 캔버스에 유채, 130×1305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어렴풋이 밝아오는 새벽녘의 산(山), 햇빛을 받아 푸르게 생동하는 산, 해질녘 붉게 물드는 산, 어두운 밤의 신비로운 산.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한 손에 꼽히는 거장 유영국(1916~2002)은 평생 산을 그렸다. 그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역대 최대 규모 전시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1964년 49세의 유영국이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을 때 공개한 작품으로 막을 올린다. 그 뒤로는 일본 유학 시절 첫 실험작부터 만년의 절필작까지 60여 년 화업이 시간 순서대로 이어진다. 전시작 수는 유화 115점에 사진·드로잉 등을 합쳐 178점에 달한다. 처음 관객을 맞는 미공개작도 15점이 나왔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색과 형태가 비슷한 작품을 한데 묶은 배치,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의 세심한 구성 덕분에 눈이 즐거우면서도 유영국이 자신의 화풍을 어떻게 다듬고 발전시켰는지가 또렷이 읽힌다.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게 이 전시의 핵심 재미다.

도쿄 유학 시절 유영국은 입체파, 구성주의 같은 서구 전위 미술을 빨아들였다. 회화뿐 아니라 나무판을 잘라 붙인 부조, 사진까지 영역을 넓혔다. 1960~70년대에는 빨강·노랑·파랑 원색을 화면 가득 배치한 기하학적 추상에 집중했다. 전시 중간에 처음 공개되는 바다 그림 등 미공개작이 흐름에 변주를 더한다.

유영국, 작품(Work), 1964, 캔버스에 유채, 136×194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작품(Work), 1964, 캔버스에 유채, 136×194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작품(Work), 1992, 97×131 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작품(Work), 1992, 97×131 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Work, 1981, 캔버스에 유채, 73×61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Work, 1981, 캔버스에 유채, 73×61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후기로 갈수록 형태는 단순해지고 색은 단정해진다. 마지막 방의 두 대형 작품, 1994년 '산-블루'와 '산-레드'가 마침표를 찍는다. 가로 220cm, 세로 180cm의 두 작품에서 화가가 탐구해온 산의 색과 선은 절정에 이른다. 그림 속 선은 산에 머물지 않고 그 뒤의 텅 빈 공간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덕분에 유영국의 산은 풍경을 넘어 무한을 들여다보는 창(窓)이 된다. 그래서 미술관은 이 마지막 전시실에 '무한, 그 너머'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블루'와 '산-레드'.

'산-블루'와 '산-레드'.

유영국, 산-Blue,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산-Blue,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산-Red,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산-Red,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은 평생 그림을 그려왔지만 그의 그림이 처음 팔린 건 1975년, 나이 59세 때였다. 1977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로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큰 수술만 여덟 번, 입퇴원을 서른일곱 번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집에 차린 작업실로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그림을 그렸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산들은 그렇게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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