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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사모펀드(PEF) 대주주는 지분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것을 투자 목적으로 삼는다. 기업은 사모펀드의 자본력으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사모펀드는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 최적의 시나리오다.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엔 여전히 많은 꼬리표가 따라붙지만, 투자 기간동안 밸류업을 이끌어내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기업에 투자한 평균 보유 기간은 3년 8개월로, 이 기간 기업가치는 약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해 회수까지 마친 기업의 경우 평균 부채비율은 동종업계 대비 7.1%포인트 감소했다. 사모펀드 투자가 기업의 실적 및 재무구조 개편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실제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남양유업·JB금융 체질개선 이끌어낸 사모펀드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투자가 밸류업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오너 리스크와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남양유업은 2021년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이후 한앤코는 홍원식 오너 일가와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남양유업을 완전히 품게 됐고, 지난해 연결기준 2억5000만원의 흑자를 내며 2019년 3분기 이후 첫 흑자를 이끌어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가 마무리된 지난해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는 이사회의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경영 업무는 집행임원이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홍씨 오너 체제에서 오랜 기간 쌓인 오너 리스크를 탈피하고 내부 통제 강화의 일환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JB금융도 사모펀드의 투자로 체질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JB금융은 2009년 전북은행 유상증자에 페가수스프라이빗에쿼티(페가수스PE)가 참여하며 사모펀드의 조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페가수스PE 임원들이 JB금융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전진배치됐고, 이들이 2011년 우리캐피탈 인수 등을 주도하며 비은행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9년 416억원이던 JB금융 당기순이익은 2010년 1000억원, 2017년 2000억원, 2021년 5000억원을 각각 넘겼고 지난해 677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T&G와 현대차그룹도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고 나서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본 사례로 알려졌다. KT&G는 2006년 칼 아이칸 연합, 2023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 해외 사모펀드의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현대차 역시 2018년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당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표를 던지며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사모펀드와의 분쟁이 일단락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모펀드, 성장성과 수익성 균형 찾아야”
다만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 사모펀드에 비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제 자본연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는 투자 기업의 성장성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적극적인 가치 제고 활동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가 고성장 기업의 발굴에만 집중한 나머지 성장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 사모펀드와 비교했을 때 성장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반면 수익성 개선은 미흡한 경향을 보였다”며 “가치제고 역량을 배양해 나가야 하며 피투자기업의 수익성을 함께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