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에 밀렸던 ‘넘버2’ 밴스
사면-그린란드 등 현안에 목소리 내
트럼프 취임 1주일 앞두고 존재감
배넌 “머스크 끌어내릴것” 갈등격화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때 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사면돼선 안 된다”고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취임 첫날 수시간 안에 관련자들을 대대적으로 사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온도 차를 드러낸 것.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밴스 당선인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정권 2인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밴스, 사면·그린란드 이슈서 트럼프와 온도 차
밴스 당선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6 사태 참여자의 사면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1월 6일에 평화롭게 시위했는데 메릭 갈런드(조 바이든 행정부 법무장관)의 법무부가 갱단 취급을 했다면 사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소된 참여자들이) 폭력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사면받을 수 없다”며 “거기(폭력 행사 여부)에는 모호한 영역이 있지만 평등한 법 집행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1·6 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자들의 사면 여부는 지난해 미국 대선의 뜨거운 감자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이들을 ‘애국자’라 부르며 취임 첫날 대규모 사면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선 “사안을 개별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면서도 “그들(기소된 관련자) 중 대다수는 감옥에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직후 X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밴스가 기소된 모두를 사면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밴스 당선인은 그린란드 논란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린란드에는 엄청난 천연자원이 있다. 미국의 안보를 보호하고 천연자원이 개발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곳에는 이미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므로 군사력 행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7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두 사안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것과 비교된다.
● 고위직 상원 인준 앞두고 밴스 역할 주목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밴스 당선인은 공화당 내에서 “잘못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는 걸 겨냥해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자녀가 없는 비참한 여성”이라고 비난한 게 다시 부각돼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밴스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당시 “트럼프가 못했던 토론을 밴스가 해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41세로 역대 세 번째로 젊은 부통령이 될 그는 공화당 차기 대선 후보로도 꼽힌다.고위직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미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부통령으로서 밴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주부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논란이 많은 인물들의 상원 인준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한 만큼 찬반 투표수가 같을 때 캐스팅보트를 쥔 밴스 당선인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밴스 당선인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벌써부터 트럼프 진영 내에서 권력 다툼형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에 대한 불만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돈(대선 자금)을 냈기 때문에 참았다”며 “악하고 나쁜 머스크를 끌어내는 것을 나의 일로 삼겠다”고 일갈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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