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 배분에 백악관의 정치적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 주택, 과학, 교통 분야의 막대한 정부 지원금이 대통령 의제와의 부합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마련했다. 이 안은 보조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단체에 우선 쓰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구상은 지난달 말 공개된 약 400쪽 분량의 청사진에 담겼다. 최종 확정되면 모든 연방 보조금은 대통령이 임명한 정치직 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해당 자금이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진전시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이 규정을 10월까지 최종 확정해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연방 보조금에 대한 강화된 정치 심사를 요구한 지난해 8월 지시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행정명령 상당 부분을 제도화하는 의미다.
백악관은 납세자 돈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와 법원이 대통령의 예산 권한 남용을 지적해온 상황에서 이번 제안은 정부 지출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의 중대한 확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을 집행하는 연방기관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지방정부, 대학 등 수혜 기관 전반이 새 기준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규제안은 구체적인 정치적 기준도 담고 있다. 정부는 인간의 성별 이분법 또는 생물학적 성의 현실을 부정하는 사업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줄 수 없도록 했다. 또 ‘반미적 가치’를 조장하거나 불법 이민에 기여하거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진전시키거나 유권자 등록을 지원하는 사업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보조금 수혜자의 ‘이슈 옹호’ 활동도 제한된다. 지원을 받는 단체는 종교 자유 법규 준수 여부와 외부 단체와의 회원 관계 및 제휴 관계까지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훗날 해당 활동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보조금 자체가 종료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직후 서명한 여러 행정명령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에는 행정명령이 아니라 규제안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예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최종 확정하면 더 넓은 범위에 적용될 수 있고, 법적으로 다투거나 되돌리기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은 보건과 과학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에서 이 분야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줄이려 해왔다. 연방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은 앞으로 연구 주제, 협업 가능한 해외 연구소, 참석할 수 있는 학술회의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
미국공중보건협회의 조지 C. 벤저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정책이 미국의 혁신, 과학, 연구를 황폐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시도했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조치들을 규정으로 굳히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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