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기능정지에 제동…崔 거부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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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국민·기업에 피해 돌아갈것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 커"
방통위 '2인 의결' 일단 유지
이진숙, 국회몫 위원추천 촉구
민주 "헌정사 오점" 강력반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에 대해 18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 개의 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해 현행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사실상 차단하는 내용이다.

상임위원 5인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국회 몫 3인, 대통령 몫 2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현재 국회 추천 몫 3인은 여야 합의가 미뤄지며 2023년 8월부터 공석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조국혁신당 등은 원래 5인 구성이므로 과반수인 3인 이상이 회의에 출석해야 합의제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불가피하게 2인 체제가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최 권한대행은 이런 상황에서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국회가 상임위원 추천권을 무기로 방통위 기능 마비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권한대행은 "아울러 엄격한 개의 요건은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행정권 중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부연했다.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안에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개정안 규정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로써 지난해 12월 27일 권한대행직에 오른 뒤 9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바 있지만, 그때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지난 2월 27일 다시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이번엔 최 권한대행이 막아선 것이다.

이번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지난주 명태균 특검법 처리를 두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했던 것과 상반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정례 국무회의에선 특검법을 안건에 올리지 않았고, 14일까지 헌재 선고가 나지 않자 그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이번 방통위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2일까지였지만 이날 정례국무회의에서 바로 처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제 날지도 모르는 헌재 선고 결과에 구애받는 것도 비효율적이고, 이 건에 관해선 헌재에서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미룰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월 23일 이 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을 재판관 4(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 역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다룬 것이었는데 중도·보수 성향 재판관 4인은 "2인 체제에서도 다수결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진보 성향 재판관 4인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방통위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했지만, 6인 이상의 인용을 필요로 하는 헌재법 가결 요건상 기각됐다.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위원장은 정부 결정을 환영하며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방통위법 개정이 아니라 국회 몫 상임위원 3인을 조속히 추천해 방통위 5인 체제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여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1명을 공개모집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며 "민주당에도 민주당 몫 상임위원 추천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늘부터 우리 당 몫 방통위원 1명에 대한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방송관계 법안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안을 마련해온 전례를 고려해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재논의와 사회적 합의 형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거부권 남용 못지않은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 권한대행은 대체 어디까지 윤석열을 따라 하려 하나"라고 꼬집으면서 "불법 행위를 즉각 멈추고 방통위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정훈 기자 / 김대기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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