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를 위해 캣츠아이와 계약한 것은 아주 훌륭한 선택", "이게 광고라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캣츠아이라는 훌륭한 팀을 발견했다", "광고인데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그룹 캣츠아이와 미국 의류 브랜드 갭(GAP)이 협업한 '베터 인 데님' 캠페인 영상에 쏟아진 반응이다.
캣츠아이는 미국인, 인도계 미국인, 스위스인, 싱가포르 화교계 미국인, 필리핀인, 한국인으로 구성된 걸그룹이다. 이들이 지닌 다양성, 포용 등의 이미지가 '청바지는 누구나, 자신의 개성대로 멋지게 입을 수 있다'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지며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광고는 경쟁사 아메리칸 이글의 광고와 비교되며 더 주목받았다. 앞서 아메리칸 이글은 백인 여성인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내세우며 '그녀는 훌륭한 청바지를 가졌다'라는 문구를 더해 백인우월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개념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캣츠아이-갭의 만남에 폭발적으로 반작용이 일었다.
해당 광고 캠페인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2000만회를 돌파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조회수는 무려 4억회를 넘어섰다. 리처드 딕슨 갭 CEO는 "사람들이 단순한 시청을 넘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캣츠아이의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호응을 얻는 대목은 캣츠아이의 정체성이 광고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캣츠아이는 한국 기획사 하이브와 미국의 게펜 레코드가 선보인 그룹으로, 'K팝 방법론'을 해외에 적용해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제작됐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온 멤버들이 뭉쳐 한국 아이돌식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이질감이 컸다. 데뷔 당시에는 반응이 바로 오지 않았지만, 약 8개월 후 '날리'라는 곡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처음 진입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날리'의 퍼포먼스는 여타 K팝 걸그룹들이 추구해온 이미지와 달리 강렬하고 파격적이었는데, 오히려 캣츠아이만의 독보적인 개성 및 정체성이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캣츠아이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공들여 온 프로젝트다. K팝 위기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던 방 의장이 K팝의 영역을 확장하고 한계를 극복할 새 방식으로 제시한 그룹이었다. 다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타 문화권에서 자라온 멤버들 위주로 꾸려진 팀을 K팝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됐다. 실제로 캣츠아이에 앞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먼저 선보였던 글로벌 그룹 비춰는 멤버의 학대 피해 주장, 탈퇴 등으로 속앓이했고, 현재 4인조로 재편됐다.
그 가운데 캣츠아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무대에도 선다.
하지만 '캣츠아이의 아버지'인 방 의장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사법 리스크로 하이브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는 지난 15일 경찰에 출석하며 "제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오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당일 하이브 주가는 전일 대비 1.88% 하락했다. 앞서 방 의장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주가가 4.75%나 떨어졌었다. 신인 그룹들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오너 리스크의 영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방 의장이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방 의장 리스크에도 하이브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는 '방탄소년단의 복귀'가 꼽힌다. 이들은 내년 봄을 목표로 컴백을 준비 중이다. 음반·음원 판매 매출은 물론이고, 대규모 월드투어로 역대급 수익을 거두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방탄소년단은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투어였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로 로스앤젤레스, 서울, 라스베이거스에서 총 11회 공연해 45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었다. 투어링데이터에 따르면 티켓 매출은 7514만달러(약 909억원)에 달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전역 후 이뤄진 진과 제이홉의 활동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완전체 활동도 긍정적으로 예상된다"면서 "멤버 전원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성과가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브는 이미 해외 활동 인프라가 높은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고, 음악적으로도 수준 높은 작업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다만 방 의장이 여러 아티스트의 총괄 프로듀서로 관여한다는 점에서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K팝 산업은 깊은 감성 영역인 데다가, 하이브는 SM 인수전부터 민희진·뉴진스 사태 등으로 지속해 이미지를 소진한 탓에 부정 이슈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짚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