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국내 증시에서 6·3 대선을 앞두고 정책 테마주가 수익률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소프트웨어 육성, 내수 활성화, 주식시장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탈피 등은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통 공약 사항이어서 관련주들이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다.
"AI 인프라·소프트웨어 육성…대선 테마 핵심"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후보자가 제출한 공약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AI 세계 3강 도약'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AI 유니콘 기업 지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AI 원천 기술 개발 지원 △국가AI위원회 기능 강화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추진 등 안정적 전력 확보 등을 앞세웠다.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들은 이미 상승 기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이 후보가 지난달 14일 출마선언 후 첫 공식일정으로 AI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자 포바이포, 솔트룩스, 이스트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등 AI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또 김 후보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SMR 상용화 등을 내걸자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우진, 비에이치아이 등이 공약 발표 이후 상승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든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관련 업종은 정책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AI 관련 주식이 대선 테마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내수진작부터 나설 가능성"
경기하강 우려에 양당 후보가 내수부양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필수소비재 업종들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13조8000억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확정한 뒤 오는 7월까지 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2차 추경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종 소비 진작 정책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의 10대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1차 추경 규모만으로는 경기 방어에 한계가 있다"며 "최소 20조원 이상 추가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이날 현재 롯데지주, 롯데쇼핑, 이마트, 오리온, LG생활건강 등이 지난달 초(1일) 대비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는 부족한 소비 수요를 보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소비 관련 재정지출 확대는 내수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활성화 대책…거래대금 증가 이어질 것"
증시 활성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에 국내 증시에서는 그동안 강세를 나타냈던 조선·방산주가 주춤하고 그 자리를 증권주, 지주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 11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지난달 초(1일) 772.56에서 전날 963.66까지 오르며 한 달여 만에 24.74% 상승했다.
이 후보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주가 조작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증시 부양책을 제시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최근 증권사 간담회에서도 0.1~0.2배 수준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두고 '청산'까지 언급하는 등 기업들의 주가 부양을 위해 '강한 채찍'을 들 것을 예고했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눠 구하는데,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청산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PBR은 금융당국이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지수 선정 시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김 후보는 배당소득에 대해서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20% 분리 과세하는 등 세재 개편 청사진 쪽으로 증시 활성화에 접근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직접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IR) 활동에 나서 장기 '박스피' 탈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은 글로벌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금융시장에 정책 기대감을 높이는 주요 이벤트"라며 "집권 초기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개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개선하고 거래 대금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