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붕괴 인명사고…건축업계 "멈추지 못한 감리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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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경DB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경DB

3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건축·건설업계에서 감리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광주 아파트 붕괴 등 최근 잇따른 사고에서 위험 신호가 사전에 존재했고 이를 감지할 기회도 있었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사고 조사를 시작했다. 붕괴로 단선됐던 경의중앙선 서울역 구간이 정상 운행되며 사고 원인 파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는 안전보다 돈, 또 안전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못된 관행이 여전하다"며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사고, 삼성역 GTX 철근 누락 문제 역시 이러한 병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들은 누구보다 국민 안전에 앞장서야 할 공공부문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며 "관계기관은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개별 현장의 관리 실패가 아니라, 감리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사고 당일 새벽 슬래브(상판) 절단 작업 중 일부가 약 2.9㎝ 내려앉는 침하 현상이 확인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서울시와 시공사, 감리단, 외부 전문가 등 9명이 안전진단에 나섰다가 점검 시작 약 30분 만에 구조물이 무너졌다. 침하 확인 이후 점검 방식과 안전조치의 적정성이 조사에서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건설현장에서 감리는 법적으로 시공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위험이 발생할 경우 공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안전장치다. 그러나 검단·화정 등 시공 단계 사고 현장에서 감리는 존재했지만 실제로 공사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업계에선 위험을 인지하고도 중단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라고 말한다. 한 감리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보여도 공사를 세우는 순간 모든 책임이 감리에게 돌아온다"며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리가 '판단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사고와 삼성역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등 대부분의 공공·대형 건설사업은 CM(건설사업관리)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 CM은 공사의 일정과 비용, 전반적인 사업 관리를 총괄한다. 문제는 두 기능이 하나로 묶여 있어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정과 비용을 우선시하는 CM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감리는 본질적으로 충돌한다. 감리가 CM의 관리 체계 안에 포함되면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공사를 견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내부 구성원처럼 작동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감리의 핵심 기능인 '중단 판단'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공정 압박도 문제다. 공사가 지연되면 발주처와 시공사, 사업관리 조직 모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되며, 일정 준수가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리의 공사 중단 결정은 단순한 안전 조치를 넘어 비용 증가와 책임 문제로 이어진다. 그 결과 위험이 발견되더라도 '일단 진행하자'는 선택이 반복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안전보다 일정이 앞서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리 방식 자체도 문제로 지목된다. 일부 현장에서는 도면과 보고서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이른바 '서류 감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개별 감리자의 문제라기보다 제한된 인력과 시간, 빠른 공정 속도 등 구조적 여건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감리는 실제 시공 상태를 확인하기보다 보고서와 검측 기록을 남기는 데 집중하게 되고, '기록이 곧 방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루에도 여러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모든 작업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졌고, '사전 승인-사후 보고'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 과정에서 실제 시공 상태와 보고 내용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감리의 독립성 확보를 꼽는다. 특히 CM과 감리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다. 일정과 비용을 총괄하는 조직 안에 감리가 포함된 구조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한 공사 중단 판단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리가 발주처·시공사·CM 조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져야 외부 압력 없이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리의 권한을 명확히 하고, 중단 결정에 따른 책임을 감리가 단독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중단 판단을 발주처·사업관리 조직 등이 함께 결정하는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하거나, 안전상 필요에 따른 중단에 대해 감리에게 불이익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감리 방식의 전환도 과제로 제시된다. 서류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시공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현장 중심의 상시 검측 체계를 구축하고, 실시간 공정 모니터링, 주요 공정에 대한 의무적 입회 기준 강화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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