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거인, 영광 되찾나”…인텔, 경영 정상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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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e해외주식] Intel
새 CEO 립부 탄 선임 직후 주가 15% 급등
겔싱어 전 CEO 사임 후 3개월간 경영진 공백
반도체 설계·파운드리 '베테랑'…사업 재편 주목

  • 등록 2025-03-15 오전 8:00:00

    수정 2025-03-15 오전 8:00:00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미국 반도체 대표기업 인텔이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The Chip Giant(반도체 거인)’의 복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AI 생성 이미지.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인텔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가까이 오르며 마감했다. 이는 인텔이 이날 새 최고경영자(CEO)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립부 탄 신임 CEO가 오는 18일부터 인텔을 이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사임했던 인텔 이사회에도 복귀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태생의 탄 CEO는 싱가포르에서 성장하고 난양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원자력 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는 벤처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4년 케이던스 이사회에 합류, 2008년 공동 CEO가 된 후 2009년 단독 CEO로 올라섰다. 이후 10년 이상 회사를 이끌다 2023년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케이던스는 시놉시스와 함께 반도체 설계를 위한 전자 설계 자동화(EDA)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CEO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약 3개월 동안 사실상 CEO 공백 상태였다. 겔싱어 전 CEO 재임 시절 인텔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인텔은 순손실 188억달러(약 27조26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986년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텔의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1년 전 40달러 수준이었던 인텔 주가는 20달러대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이달 초까지만해도 2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최근 1년간 인텔 주가가 50%(11일 종가 기준) 넘게 하락하는 동안 엔비디아는 40% 가까이 상승했고 TSMC도 20%대 올랐다.

한때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개인용 컴퓨터(PC) CPU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압도적인 리더였다.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텔은 펜티엄, 코어(Core) 시리즈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경쟁사들을 크게 따돌렸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이 지연되는 등 기술 개발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시장 주도권을 내줬고, AMD와 엔비디아의 기술 혁신과 점유율 확대에 밀려 결과적으로 과거의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위축된 상태였다. 이 같은 흐름이 월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중시키며 회사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매각 위기에까지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인텔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해 직원 1만5000명 이상을 정리해고하는 강도 높은 비용 절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오하이오 공장 건설 등 일부 주요 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등 재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반도체 설계·파운드리(수탁생산) ‘베테랑’으로 꼽히는 립부 탄 신임 CEO 선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립부 탄 CEO는 과거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재임 당시 실적과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 CEO는 “인텔은 강력하고 차별화된 컴퓨팅 플랫폼, 방대한 설치 기반, 견고한 제조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상징적인 회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본다”고 밝혔다.

버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곤(Stacy Rasgon)은 “이건 인텔에 좋은 소식이다. CEO를 선택해야 했다면, 탄이 가장 적절한 인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탄 CEO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업계에서 존경받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인물”이라며 “인텔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프로세스 기술의 개발·제조·파운드리·하드웨어 제품 활성화 및 마케팅 백그라운드는 없지만, 각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앉히고 능력을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인텔의 전략적 방향과 제품 경쟁력 회복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 등 반도체 업황의 전반적 회복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인텔이 경영 정상화를 통해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고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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