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돈으로 주세요"…'저출산 정책' 꼬집은 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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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5 12:00 수정2025.03.15 12:00

"세금 깎아준다고 결혼하고 애를 낳을까요."

2030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가 결혼·출산 촉진을 위해 세제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할 때마다 그렇다. 세제지원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냐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차라리 결혼할 때 축의금을 주는 게 더 낫다"고 답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같은 생각이다. 예산정책처는 저출생 해결을 위한 세제지원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금을 내지 않는 2030세대가 생각보다 많아서다. 그것보다 결혼·출산할 때마다 재정 씀씀이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혼·출산·양육 관련 세제 지원 현황 및 개정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저출생 관련 조세 지원은 주로 소득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실효세율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특성상 저출생 대응을 위한 추가적인 소득세제 지원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정책처는 저출생 세제지원이 주로 소득세를 깎아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보육수당 비과세, 부양 자녀 1인당 소득공제, 교육비 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등이다. 하지만 출산하고 결혼하는 2030세대 중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고 실효세율(소득 대비 각종 공제와 감면 후 실제로 낸 세금의 비율)도 낮은 편이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으로 20대가 2.2%, 30대가 4.8%로 불과했다. 40대(7%), 50대(8.4%), 60대(7.5%)를 크게 밑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도 같은 기간 20대가 49.1%로 절반에 달했다. 30대도 28.7%나 됐다. 예산정책처는 내는 세금이 적거나 없는 만큼 세금을 깎아줘도 결혼이나 출산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 지원책은 이어졌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1억원), 결혼세액공제(1인당 50만원) 등이 도입됐다. 세제지원에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예산정책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현금 지원이 낫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가족에 대한 공공지출 평균(2019년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9%에 달했다. 한국은 1.56%에 불과해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하위 6위에 불과했다. 강민지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앞으로 세금보다 재정 지원으로 자녀 양육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청년층 고용률 상승과 혼외출산 비중 증가의 종합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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