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은 UCL 파이널 진출에 성큼 다가섰지만 이강인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팀내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린 탓이다. 지금으로선 간간히 찾아오는 기회를 잘 살리는 것만이 반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사진출처|PSG SNS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이강인(24)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 세계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트로피를 품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 될 수 있다.
PSG는 4월 30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4~2025시즌 대회 4강 1차전에서 아스널(잉글랜드)을 1-0으로 꺾고, 결승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8일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릴 홈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 티켓을 손에 넣는다.
이번 시즌 UCL 파이널은 6월 1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지는데, PSG-아스널전 승자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인터 밀란(이탈리아)전 승자와 정상을 다툰다.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의 1차전은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축구도 UCL 파이널을 주목한다. 이강인이 있어서다. 만약 PSG가 4강을 통과하면 이강인은 대회 결승 무대를 밟는 역대 3번째 한국선수가 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에 몸담았던 박지성(44·은퇴)이 2008년과 2009년 2차례, 토트넘 주장 손흥민(33)이 2019년 UCL 파이널을 경험했다.
다만 박지성과 손흥민 모두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영광을 누리진 못했다. 맨유가 ‘빅이어(UCL 트로피)’를 들어올린 2008년 결승에서 명단 제외된 박지성은 이듬해 결승전을 뛰었지만 준우승에 그쳤고, 프로 커리어 내내 무관을 이어온 손흥민 역시 같은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이강인의 상황은 훨씬 좋지 않다. PSG의 거의 모든 경기 출전 엔트리에는 포함되지만 정작 피치를 밟는 경기는 드물다. 리그앙(1부)과 쿠프드드프랑스(컵대회), 트로페데샹피옹 등 이번 시즌 공식 43경기에 출전해 6골·6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최근 들어 출전시간이 크게 줄었다.
공격포인트 없이 11경기에 출전한 UCL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강인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달 12일 리버풀과 대회 16강 원정 2차전으로, 연장 전반 막판 교체 투입돼 고작 19분을 뛰는 데 그쳤다. 이후 애스턴 빌라(잉글랜드)와 8강 2경기, 아스널과 4강 1차전 모두 벤치만 지켰다.
이유가 분명하다. 이강인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현재 PSG 측면은 흐비차 크라바츠헬리아와 데지레 두에가 책임지고, 중앙은 비티냐와 주앙 네베스, 파비안 루이스가 버틴다. 벤치 멤버 중에서도 이강인은 1번 옵션이 아니다. 엔리케 감독은 선수 교체에도 인색해 대부분 3명만 바꿔줄 뿐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능력’이 오히려 족쇄가 된 듯 하다. 전방에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하는 ‘가짜 9번’부터 윙포워드, 심지어 중앙 미드필더까지 여러 역할을 했음에도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재능에 비해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셈이다. 다만 ‘가짜 9번’ 역할을 해온 뎀벨레가 근육이 좋지 않아 4강 2차전 출전 가능성이 조금은 생겼다. 지금은 적은 기회나마 최대한 살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아직 UCL 파이널과 우승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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