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의 남북을 거꾸로 보면 오히려 해양 강국의 미래가 보인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이런 관점의 책을 처음 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집무실과 해양수산부 장관실에도 ‘거꾸로 지도’가 걸려 있다. 바다를 위에 놓고 지도를 보자는 주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장기화하는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G2(미국·중국)의 패권경쟁 등 글로벌 정세를 바로 보기 위해서다.
박재경 주짐바브웨 대사(사진)가 최근 펴낸 저서 <인도 태평양 패권 경쟁; 외교 현장의 인태해양국익과 신남방정책 대해부>에도 해양 중심적 시각이 녹아 있다.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미·중 갈등을 분석했고 여러 정상회의와 협상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자료 등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박 대사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28회)를 거쳐 1994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캐나다 등을 거친 30년 직업 외교관이다.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방문 연구원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시기 청와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에서 일한 경험도 책 집필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신간은 현지 공관 근무 3년여간 틈틈이 집필한 결과다. 그는 “짐바브웨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한 K컬처 붐이 크게 일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은 과연 어떤 담론으로 세계와 소통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평양의 개념을 확장해 인도양까지 아울러 ‘하나의 바다’로 보고 이 연안에 걸쳐 있는 국가들과 외교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미국, 일본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양과 태평양을 통합한 개념을 처음 꺼내 들었다.
외교 현장은 용어 하나에 민감하다. 그는 “인도 태평양 개념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성장에 우려를 나타내며 미국, 호주, 인도 등과 협력하자는 안보 다이아몬드를 주창한 것이 시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 국제 정세에 ‘끌려 나온’ 인도의 신중한 태도 등 단어 하나에 민감해하는 외교 무대의 단면 등을 담았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