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최나연 "韓 골프, 세계서 통하지 않으면 무의미…간절히 도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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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왼쪽)와 최나연(오른쪽)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우는 주니어들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박인비(왼쪽)와 최나연(오른쪽)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우는 주니어들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 한국 골프는 의미가 없습니다. 후배들이 큰 무대에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해요.”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인비와 최나연이 후배들과 골프업계에 쓴소리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을 분석하면서다.

박인비와 최나연을 최근 경기 광주 더시에나CC에서 만났다. 수도권 명문 회원제 골프장 중부CC가 더시에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자선대회 더시에나컵으로 첫 공식행사를 연 자리였다. 박인비는 더시에나그룹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1988년생 동갑내기 박인비와 최나연은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LPGA투어 21승 보유자인 박인비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더해 골프 사상 첫 번째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LPGA투어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은 신드롬급 인기를 이끌며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둘째를 출산한 박인비는 육아에 전념 중이고, 최나연은 유튜버와 후진 양성 등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두 전설은 LPGA투어에서 한국의 입지가 축소된 가장 큰 원인으로 선수들의 진출이 크게 줄어든 것을 꼽았다. 한국 시장에 안주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나연은 “요즘 후배들과 얘기해보면 ‘미국에 가겠다’는 꿈조차 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투어가 성장하고 상금이 커진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은 아쉽다”고 했다. 박인비는 “LPGA투어도 예전보다 상금이 많이 올랐다”며 “상금뿐 아니라 대회 밖에서도 무궁무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무대”라고 강조했다.

LPGA투어에서 게임 트렌드가 바뀐 점도 한 이유다. 점점 전장이 늘어나며 한국 선수에게 익숙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2019년 약 5852m이던 LPGA투어 평균 코스 길이는 올해 6060m로 늘어났다. 박인비는 “골프는 14개 클럽을 골고루 잘 써야 하는 종목인데 파워게임이 돼버린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중학생 선수들도 비거리를 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친다”며 “맞는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들도 이 부분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 골프의 경쟁력을 위해 골프업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인비는 “국내 대회 상당수가 그린 위 핀 위치만 까다롭게 꽂는 식으로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 아쉽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코스를 세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나연은 “스폰서들도 해외 진출 선수들에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LPGA투어에서 30~40위를 하면 당장 스폰서가 다 떨어져나가요. 해외에서 뛰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뚜렷하죠. 예전처럼 선수를 키워서 해외로 내보내고,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고 꿈을 키우는 주니어들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골프업계와 시장 모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경기 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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