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발레로 기억한 광주의 5월…비극 겪은 이들에게 위로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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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인’의 마지막 장면 ‘신성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무용수들.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디바인’의 마지막 장면 ‘신성한 사람들’을 연기하는 무용수들.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예술의전당 내 광주시립발레단 연습실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한 공연 ‘디바인’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컨템퍼러리 발레 안무가로 미국 뉴욕을 근거로 활동하는 주재만이 창작해 2023년 초연한 이 작품은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을 앞뒀다. 공연을 기획한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장(67·사진)과 디바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경숙 "발레로 기억한 광주의 5월…비극 겪은 이들에게 위로되길"

박 단장은 “광주시립발레단 예산은 국립발레단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현실을 탓하기보단 우리만의 고유한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같은 클래식 발레라도 새롭게 해석한 버전을 올려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하며 처음으로 고향을 떠났다. 국립발레단에서 13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뒤 돌아와 광주시립발레단 2대 단장으로 활동했다. 2022년부터는 7대 단장으로 다시 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박 단장은 2022년 주재만 안무의 ‘비타’를 본 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작품을 제작해달라고 그에게 의뢰했다. 주재만 역시 광주가 고향이다. 박 단장은 “광주 예술인들에게는 5·18 민주화운동이 숙제와도 같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총과 칼이 나오고, 피를 흘리는 장면을 보여주기보다는 희생과 애도라는 걸 발레로 숭고하게 표현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디바인 연출을 눈여겨봐달라고 했다. “까만 눈처럼 표현되는 ‘재’를 형상화한 연출, 권력과 강압을 표현하는 커다란 벽이 대극장 무대에 정말 잘 어울려요. 막바지로 갈수록 천국에서 춤추는 듯한 동작이 이어지는데, 군무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올해로 창단 49년을 맞는다. 지역 발레단으로서는 유일하게 반백 년을 이어왔다. 고전발레 대작을 레퍼토리로 보유한 데다 무용수들 실력이 뛰어나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박 단장은 “각지에서 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는 비극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 작품이 언젠가 세계 무대에 소개돼 비극적 사건을 겪은 인간 누구에게라도 위로를 주는 작품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디바인’은 오는 16일과 17일 광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광주=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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