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 넘어지는 풋살 골대…10곳 중 6곳 안전장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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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초등학생이 숨진 세종시 고운동 풋살장 출입문. (세종시 출입기자단) / 뉴스1

13일 초등학생이 숨진 세종시 고운동 풋살장 출입문. (세종시 출입기자단) / 뉴스1
“원래 골대가 무너질 듯 말 듯하게 매달리는 재미로 노는 거예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 운동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모 군(15)은 풋살 골대를 손으로 밀며 흔들어 보였다. 운동장엔 풋살용 골대 12개가 별도의 안정 장치 없이 운동장 바깥에 줄지어 있었다. 모두 성인은 쉽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정도였고, 어린이도 밀어 넘어뜨릴 수 있어 보였다.

● 풋살장 10곳 중 6곳은 안정 장치 없어

최근 세종시의 한 풋살장에서 11세 초등학생이 풋살 골대 그물에 매달렸다가 골대가 넘어졌고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최근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풋살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시와 구청이 관리하는 서울 시내 실외 풋살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 중 6곳은 골대를 고정하는 안정 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

한국풋살연맹 경기 규칙에는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대 뒤쪽에 무게추를 두는 등 적절한 안정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풋살장은 이동식 골대만 구비할 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무게추 등은 없었다.

풋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위험한 장면을 자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주민 백민재 군(16)은 “풋살을 종종 하는데 친구들이 골대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골대가 쓰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세용 씨(45)는 “아이들이 골대에 매달리는 등 장난치며 놀기도 하는데 막상 골대 뒤에 안정 장치는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했다.

풋살장 골대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경기 화성시 한 풋살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골대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2019년 7월에도 부산 해운대구 풋살장에서 중학생이 골대와 함께 넘어져 사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선 16세 고등학생이 골대에 부딪혀 머리를 다쳐 숨졌고,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에서 9세 소년이 골대가 쓰러지며 압사했다.● 관리 담당 구청들 “별도 규정 없어”

초등학교 학생이 숨진 세종시 고운동  풋살장 정문. (세종시 출입기자단)

초등학교 학생이 숨진 세종시 고운동 풋살장 정문. (세종시 출입기자단)
풋살장 골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통일된 안전 지침 등은 없는 실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안전 관련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세종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모래주머니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풋살장 골대 고정 여부와 관련해 따로 규정은 없다. 이용과 관련된 규정만 있어 보수 등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유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풋살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에 권고 사항으로 골대 설치 규정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정부가 골대 관련 지침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모든 이동식 축구 골대는 항상 바르게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설치 및 고정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어떤 골대든 항상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거나 무게가 있는 안정 장치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대근 동명대 축구학과 교수는 “골대 근처에 ‘매달리면 위험하다’는 안내판 등을 마련하고 풋살장 구축 시 골대가 전복되거나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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