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칠순 이청근 슈올즈 회장 인터뷰
동업 세 번 실패-삶 포기 순간 딛고
기능성 신발은 블루오션 믿음으로
韓-스위스-독일-美 발명상 휩쓸어… 국내외 180여 가맹점 유통망 구축
최고경영자(CEO)나 회장님이라는 직함보다 발명가라는 호칭에 눈을 반짝이는 이가 있다. 올해 칠순. 동업자와 함께한 세 번의 사업 실패와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순간을 담담하게 말하던 그의 목소리는 발명가 얘기를 할 때 힘이 들어갔다. 마흔다섯 살에 ‘기능성 신발은 블루오션’이라는 믿음 하나로 신발 업계에 뛰어든 이청근 슈올즈 회장(69)을 지난달 26일 오후 충남 천안시 슈올즈 본사에서 만났다.
슈올즈는 발의 피로를 덜어 주는 기능성 신발에서 출발해 의료기기와 스마트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와 미국 중국 뉴질랜드 등에 180여 개 가맹점 등을 둔 유통망을 구축했다. 올해 1월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무대에 섰다. 지금도 인공지능(AI)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발명을 꿈꾼다. 이 회장은 “신체 나이는 늙어도 생각하는 영혼의 세계는 늙지 않는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고 상품화해 간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즐겁다”고 했다.
● 성공 이끈 실행력, 부족함 채운 질문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든 그의 성공을 이끈 것은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판단력과 과감한 실행력이었다. 서른세 살이던 1990년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접고 건강기능식품 대리점 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두 달이다. 2002년에는 잘되던 식품 사업을 뒤로하고 신발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회장은 “건강식품을 팔면서 식품으로는 근골격계 퇴행성 질환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편한 신발을 신어 본 고객의 ‘편하다’는 한마디에서 건강 기능 신발이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았고, 모르는 것을 묻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학업도 충분하지 않았고, 이과 출신 전문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묻고 배웠다”며 “변리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찾아가 수없이 물었고, 관련 교육 현장도 찾아다녔다”고 했다.
질문과 배움은 국제 무대 도전으로 이어졌다. 2016년 서울 국제발명전 금상을 시작으로 2017년 스위스 제네바, 2022년 독일, 2024년 미국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잇달아 수상했다. 이 회장은 “사비 2000만 원을 들여 샘플 40켤레를 만들어 스위스로 떠났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지만 상을 받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실패를 이겨낸 뚝심과 신뢰여느 성공한 창업가처럼 이 회장도 실패를 경험했다. 슈올즈가 있기 전 100개 안팎의 가맹점을 보유한 유통망을 세 차례나 일궜지만 동업은 번번이 어긋났다. 특히 불량품을 그대로 유통하자는 동업자들과 타협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시작할 때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업을 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동업 실패 후 독립해 다음 사업을 바로 일으킨 이 회장에게 진짜 시련이 찾아왔다. 60개였던 가맹점은 30개, 20개, 10개로 줄더니 결국 6개만 남았다. 이 회장은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도 월 고정비는 8000만 원인데 매출은 2000만 원에 불과했다”며 “0.1%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 삶을 포기하는 심정이 무엇인지 느꼈다”고 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기능성 신발 시장은 열린다’는 믿음이었다. 서울 사업장을 정리하고 천안의 약 300㎡(약 100평)짜리 창고로 내려간 그는 직원 두 명과 재고 신발을 들고 5년 넘게 전국 6개 가맹점을 돌았다. 점주들에게 모아 달라고 부탁한 고객들 앞에서 직접 신발을 설명하고 판매했다. 신뢰를 보인 가맹점주 6명이 그를 믿고 선뜻 투자금 12억 원을 모아 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새로운 특허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제품 개발 회의를 주재한다. 그의 관심은 늘 다음 기술, 다음 시장을 향해 있다. 이 회장은 “사업가라면 자신을 믿고, 배움을 묻고, 끝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지금의 시련은 최고의 경영 수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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