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보증금 돌려막기 수법…보증금 34억 편취
가짜 임차인·허위 전세계약서 통해 57억 대출
1심, 반성 고려해 징역 12년…2심은 징역 15년
2심 “전세사기 사회적 폐해 극심…죄질 나쁘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수의 신축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였다.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서 새 부동산의 매수금을 치르거나 다른 부동산 임차인의 보증금을 갚는 등 ‘돌려 막기’ 방식을 활용했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 4년여 동안 임차인 총 15명을 기망해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편취한 보증금은 총 34억6700만원이다.
A씨는 멈추지 않고 보유한 부동산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가짜 임차인을 모집해 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보던 지인, 소개받은 다른 두 사람과 공모해 허위 임차인 7명을 모집한 A씨는 이들과 소개자에게 수수료를 주겠다고 꼬드겼다.이런 방식으로 A씨 등이 금융기관 5곳으로부터 총 10차례 동안 받은 대출금은 합계 20억3900만원이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세자금대출 이자와 허위 임차인 등에게 수수료를 주면서 돈이 부족해지자, 월세계약서를 위조해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으려 한다.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알게 된 인적사항을 활용해 마치 전세가 아닌 월세로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담보가치를 높인 후 부동산담보대출금을 편취하기로 한 것이다. 대출서류에는 지인이나 자신의 선불폰 번호를 적어 넣어 대출심사 직원이 연락을 하더라도 위조 여부를 모르도록 속였다.A씨가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위조한 월세계약서는 27건이고,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담보대출금은 합계 36억7100만원에 이른다.이렇게 계속된 A씨 등의 범행으로 보증금을 낸 임차인과 금융기관이 입은 피해 금액은 총 91억7700만원이다.
지난해 12월 1심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수가 많고 편취금액도 약 91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며 “일부 대출금이 상환된 것 외에는 피해가 회복된 바 없다”고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다.
다만 1심은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 소유의 부동산들이 경매 등에 부쳐져 피해가 회복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보고 형량을 정했다.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 측 항소만 이유 있다고 봤다.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2년에 처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처음부터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해 타인의 손해를 도외시한 채 이 사건 범행을 계획했고 여러 해에 걸쳐 저질렀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 등만으로 양형에 있어 유리한 정상으로 크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경제적 약자 및 청년들의 주거 복지를 위한 전세보증금대출 제도를 악용하고, 다수의 선량한 임대인에 대한 신뢰를 저해해 주택 공급 및 임대 시장을 교란했다”며 “임차인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보증금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지게 해 극심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겪게 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피해자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액이 피고인의 총 편취액 9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런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며 “범행 수법, 과정과 경위, 범행 규모와 내용,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면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한편 1심은 A씨의 가짜 임차인 모집을 도운 부동산 컨설턴트 지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해당 지인도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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