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산하 평화경제연구회가 14일 "차기 정부가 잠재적 핵 능력(평화적 핵 주권)을 통해 우리의 산업적 요구에 부응하고 안보적 필요성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설립했으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조정식 의원과 김영배 의원은 이날 평화경제연구회와 함께 '차기 정부 외교 안보통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조현 전 유엔대사 등 민주당 집권 시절 외교 인사 대거 참석했다.
연구회는 "한국이 잠재적 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산업적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자체 우라늄 농축 역량을 갖춰 농축 공급망의 진영화와 불안전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인데다가 소형모듈원전(SMR) 연료에 쓰이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민주당은 독자적 핵 개발은 물론 농축과 재처리 등 핵연료 주기 완성 등 잠재적 핵 능력을 갖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연구회는 "글로벌 핵연료 공급 부족 사태가 올 경우 원자력 발전 가동,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 원전 수출 등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이 차기 정부를 이끈다면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이날 안보적 측면에서도 잠재적 핵 능력 확보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했다. 연구회는 "북한의 비핵화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등장으로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실적인 방법은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의 준수와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전제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범위 확대를 통해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재적 핵 능력 확보의 구체적인 방안으론 한미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국가전략자산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구회는 "한반도 비핵화가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은 계속해서 견지해 나가는 가운데 한미가 추진하고 있는 확장억제의 심화와 한국군의 자강 노력도 지속 강조해야 한다"면서도 "안보 환경 급변 등 국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잠재적 핵 능력 확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자체 핵무장론은 급변하는 외교·안보 상황상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등에 대해선 100% 찬성한다"고 했다. 이재명 전 대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윤호중 의원도 이날 세미나 축사에 참석해 "이번에 나온 의견을 종합해 민주당의 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