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일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 선고에서 2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것에 대해 “대법원의 ‘정치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공정성도 일관성도 없는 조잡한 판결을 어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대선 레이스를 본격화한 지 4일 만에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아닌 ‘위대명’(위태로운 대선 후보 이재명)이란 표현까지 등장한 가운데, 민주당은 “후보 교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법으로 대선 후 재판 지속 막겠다”이 후보는 대법원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민이 한다.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썼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예정됐던 경기 포천시와 연천군 지역 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이날 연천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의 해프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법원 결정에도 대선 도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
하지만 무죄 확정 선고를 기대했던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선고 직후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지 50여 분이 지나서야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명백히 정치 재판이고 졸속 재판”이라고 첫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 법으로 재판을 막겠다고 벼르는 모습이다. 박균택 의원은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판 절차가 중단된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고 여러 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라며 “대법원이 헌법학계 통설까지 부정하며 엉뚱한 시도를 하려 한다면 헌법적 절차나 입법적 절차를 밟아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정성호 의원은 “대법원의 법 왜곡은 헌법소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사법부가 이 후보에 대한 재판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이날 저녁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대통령 신분 동안 사법 리스크 논란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형사소송법 등을 개정해 재판이 지속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법원을 겨냥해 “이것들 봐라? 한 달만 기다려라”란 글을 남겼다가 뒤늦게 ‘이것들 봐라’는 부분만 삭제하기도 했다. 최민희 의원은 “조희대 대법관이 내란세력의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했다.
● 대선 후보 자격 논란 불가피
민주당은 대법원 선고가 향후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됨에 따라 지지층은 결집하더라도 중도층 표심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반명 세력에 명분을 주는 판결”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방탄’ 프레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엄청난 악재”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후보 교체는 없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미 이 후보는 권리당원 60% 이상의 참여와 국민 100만 명의 참여인단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며 “이 후보를 (흔들려는) 어떤 사법적 시도가 있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도 “당장 후보 등록이 9일 뒤인데 어떻게 후보를 교체하느냐”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연천=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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